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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강신업] ‘매법노’들 반드시 응징해야

“前官은 근무했던 조직을 돈에 팔고, 現官은 다양한 행태로 전관비리에 가담”

[시사풍향계-강신업] ‘매법노’들 반드시 응징해야 기사의 사진
홍만표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가 검찰과 법원 조직을 팔아 돈벌이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하며 정의를 부르짖던 홍만표 검사는 퇴임 후 돈에 굶주린 변호사로 돌변해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사건을 먹어치우다 정운호 사건에서 목에 가시가 턱 걸리고 말았다.

돈은 행복의 조건이 아니라던 최유정 판사는 변호사로 단독 개업을 하고 난 뒤부터 교도소에 수감된 기업인들까지 찾아다니며 “내가 재판부에 잘 얘기해서 보석이나 집행유예로 석방시켜주겠다”는 등 열심히 대동강 물을 팔고 다니다가 정운호에게 딱 걸려 사지로 내몰리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사달은 예정돼 있었다. 두 변호사는 무엇보다 돈벌이가 되는 사냥감을 가리지 않았다. 먹잇감을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해 애초부터 문제가 많은 브로커까지 고용했다. 또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았다. 한 건에 수십억원을 받으려 들고, 또 사건을 싹쓸이해서 부동산 재벌이 되려고까지 했다.

그런데 사실 그들의 야무진 꿈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황당한 목표가 상당 부분 달성됐다는 사실이다. 최 변호사는 돌려준 돈을 제외하더라도 2개의 사건에서만 무려 70억원을 받았고, 홍 변호사는 변호사 개업을 한 지 5년도 안 돼 전국에 오피스텔 등 부동산 117채를 보유한 부동산 재벌이 됐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전관 변호사들을 도와주는 현직 판검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관들은 자신이 근무했던 조직을 돈에 팔았고 현관들은 이런저런 모습으로 전관들의 비리에 가담했다. 그 사이 홍 변호사는 거액의 해외 원정도박을 한 정운호를 두 번씩이나 무혐의로 빼냈고, 최 변호사는 정운호의 항소심 구형을 3년에서 2년6개월로 낮추고 1심에서 4년의 실형을 받았던 송모씨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빼냈다.

결국 ‘정운호 게이트’는 전관들과 현관들이 공모해 벌인 국민 기망 범죄극이다. 오로지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변호사 본분을 망각한 전관 변호사들과 사소한 인연을 진실과 정의 그리고 국민에 대한 봉사보다 우선한 현직 판검사들이 범죄극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의 행태는 나라 법을 팔아먹은 ‘매법노’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이 자력구제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보호를 국가에 맡긴 현대 민주국가에서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들이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면 국민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직 판검사들이 전관 변호사들의 돈벌이에 가담하는 행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가 된다.

검찰은 두 전관 변호사를 처벌하는 선에서 적당히 수사를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두 전관과 연결된 현관들의 비리를 낱낱이 수사해야 한다. 통화 내역과 금융거래 내역을 추적하고 연루된 브로커들을 조사해 관련된 현직 판검사들을 엄벌해야 한다.

과연 현직 판검사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세간에 팽배해 있지만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이번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것저것 따져가며 좌고우면할 필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검찰은 홍 변호사를 하루 속히 소환해 현직 검사들과의 유착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혹시라도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탈세 혐의에 맞춰 적당히 가지치기를 하고 유야무야 끝내는 식이 되어선 안 된다.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 수사의 핵심이 국민을 배신하고 사법부를 농락한 이들을 처벌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또 이번이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강신업(변협 공보이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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