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죄짓고, 싸우고, 세상적으로 살아도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는 건 오해”

로마서 설교집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 펴낸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죄짓고, 싸우고, 세상적으로 살아도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는 건 오해” 기사의 사진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가 최근 경기도 성남 교회 목회자실에서 24시간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영성일기로 예수님과 동행하는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성남=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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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성(59·성남 선한목자교회) 목사는 지난해 주일예배에서 로마서 강해 설교를 했다. 17세기 경건주의 창시자 필립 야콥 스페너가 “성경을 한 개의 반지로 본다면 로마서는 반지에 달린 보석과 같다”고 말했듯이, 로마서는 ‘복음의 정수’라 불린다. 도대체 왜 지금, 다시 로마서일까.

선한목자교회 목회자실에서 최근 만난 유 목사는 한국교회에 로마서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아 강해를 했다고 말했다. 로마서의 핵심인 ‘이신칭의(믿음으로 의롭다함을 얻음)’가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다’는 교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이 복음이 ‘죄를 짓고 살면서도, 싸우며 살면서도, 세상에 휩쓸려 살면서도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다’고 오해되고 있습니다. 로마서는 그러나 ‘예수님과 온전히 하나 되는 것’이 믿음이라고 말합니다.”

유 목사는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진짜 예수를 믿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고 했다. 누군가를 믿으며 산다는 것은 내 문제를 그에게 의존하며 사는 것인데, 예수님을 믿는다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믿어본 적 없는 삶을 사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로마서 후반부를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로, 율법적으로 이해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율법주의로 흐르면서 ‘그렇게 못 살아서’ 마음이 무너진 사람들이 갈등하며 붙잡는 게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현상이 한국교회를 총체적으로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교회와 복음에 대한 자신감이 다 무너진 것이죠.”

로마서 후반부는 당위가 아니라 ‘예수님과 연합하게 된 자는 얼마나 놀라운 삶을 살게 되는가’를 말하고 있다고 유 목사는 강조했다. 로마서 6장 3∼4절은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 예수 그리스도와 합하여 함께 죽는다고 말한다.

“내가 죽음으로써 부활의 주님과 연합해 새 생명으로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하지만, 정작 주님이 ‘함께하심’이 믿어지지 않으니 생활에 변화가 없습니다. 세상에 나가서 이끄는 힘대로 살게 되는 겁니다. 삶이 안 바뀌는 건, 예수를 안 믿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동행할 때 우리의 삶은 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선언이다.

“내가 정말 예수님을 믿으면 원수도 사랑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죄를 이기는 삶을 살게 되고, 성령의 이끌림을 받게 됩니다. 세상이 아무리 나를 이렇게 저렇게 끌어도 주님이 내 마음에 와 계심이 분명한 사람은 세상대로 못 살게 돼 있다는 게 로마서의 메시지입니다.”

그런 삶을 누군들 원치 않을까. 문제는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유 목사는 2008년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사람’(규장)에 이어 최근 펴낸 로마서 설교집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복음’(규장)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자아의 죽음’을 역설한다. 죽지 않는 자아로, 자기 힘과 노력으로 하나님 뜻대로 살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것’을 신앙의 목표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새벽기도하고 제자훈련 받다보면 언젠가는 죽는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거죠. 목사들도 ‘죽기까지 하겠다’며 죽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데 아닙니다. 내가 죽는 건 바로 예수를 믿는 시작입니다.”

유기성 목사가 24시간 예수와 동행하는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영성일기'를 쓰는 것이다. 일기를 써서 부교역자들과 나누고 있다.

"사람들이 영성일기를 쓰고 나누다니 '독하다'고 해요(웃음). 나는 일기 안 쓰는 사람들이 더 독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도 안 쓰면서 예수 믿으며 살아보겠다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주님과 인격적으로 만나고 교제하게 해줄 테니 매일 금식해라, 사막수도원에 들어가라고 한들 안 가겠어요. '진짜 주님과 동행하는 것이 내 유일한 답이다.' 그것이 분명한 사람에겐, 일기 쓰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양치질을 배울 땐 귀찮지만 습관이 되면 안 할 수 없는 것처럼 영성일기가 꼭 그래요."

그는 책에서 자신을 '마음으로 은밀한 죄를 짓는 데 선수'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이 가진 죄성이 똑같이 다 있어요. 음란한 생각, 높아지고 싶은 마음, 나 자신을 어떻게든 과장해서 보이려는 마음까지. 전에는 완벽하게 꾸미는 것이었어요. 하나님이 착해 보이게 만들어서 일부러 착한 척 안 해도 됐어요(웃음). 하지만 내 실상이 드러날 때가 올 텐데, 그 자체가 너무 두려웠어요. 내면적인 갈등이 심할 때에 내가 죽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돼서 기뻤습니다. 영성일기를 쓰면서 주님의 임재하심과 동행하심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기복 없이, 새사람이 되어 육신의 욕구에 '노(No)' 할 수 있고, 주님을 따라갈 수 있게 됐어요."

대형교회인 선한목자교회와 유 목사의 '24시간 주님과 동행하는 삶'이란 메시지는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 그도 안다. "굉장히 큰 교회를 목회하고 있다는 점이 저에겐 어려워요. 예수님 한 분이면 충분하다는 메시지는 이런 규모의 교회와 안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교회를 키우려고 발버둥친 것도 아닌데 교회가 계속 커진 이유는 하나라고 생각해요. 24시간 주님만 바라보게 하는 영성운동을 하는 데 어떤 뒷받침이 되는 것 같아요."

그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소통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4시간 주님 바라보는 삶을 사세요, 저도 이렇게 살아보니 이렇게 좋았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하나님과 온전히 동행하면서 그 메시지가 필요한 사람한테 전달되는 통로가 되는 것이에요. 계속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치 마른 우물 바닥을 바가지로 긁으면 물이 담기는 느낌으로 쓰고 있어요."

그는 한국교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목회자 중 한 명이다. 그가 많은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그는 "주님과의 친밀한 삶을 살자고 한국교회에 일관되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내게 주신 소명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저는 제 목회 평생에 가장 '두려운 순간'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큰 교회 목사로서의 편안함과 익숙함에 빠질 수도 있는 정말 아슬아슬한 위기 가운데 24시간 예수님만 바라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죠. 영성일기를 공개하며 사는 건, 저 자신이 실족하지 않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유 목사는 65세를 공식 은퇴 시점으로 잡았다고 한다. "안식년을 보내보니, 지금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훈련해둬야 은퇴 이후에도 주님이 이끄시는 또 하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남=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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