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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축제 사이] <22> 축제의 품격

[축제와 축제 사이] <22> 축제의 품격 기사의 사진
음식 테이블 위의 강아지.
공공화장실의 상태만 봐도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주인 없는 공공시설을 통해 사람들의 숨겨진 의식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축제라고 다를까. 지역의 관습과 문화가 녹아 있는 축제를 보면 그 지역의 문화 수준을 넘어 시민들의 공공 의식 수준을 살피는데 모자람이 없다. 안타깝지만 우리 지역축제에서도 지저분한 공공화장실 못지않게 실망스러운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지역 도시의 야외 축제장이다. 임시로 비치한 객석을 죄다 맡아 놓고 시간이 끝나가도록 아무도 앉지 못하게 한다거나 키 작은 어린이가 뒤쪽에 서 있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모른 척하며 어린이를 앞으로 보내주지 않는 어른들이 제법 많다. 무엇보다 잔인한 건 축제 콘텐츠의 재미 정도에 따라 박수를 쳤다 안 쳤다 하는 일부 시민들의 태도다. 재미없는 볼거리는 전혀 고맙지 않다는 뜻일까.

얼마 전 폐막한 대구 컬러풀 페스티벌의 퍼레이드에서도 이런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대전금강로하스축제에선 한층 더했다. 한 시민이 모두 이용하는 음식 테이블에 애완견을 올려놓고 간식을 떠먹이다 지저분해지자 다른 테이블로 옮겨 다녔다. 당황한 주변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미처 살피지 못한 자원봉사자는 같은 행주로 개가 있던 테이블과 주변 테이블을 번갈아 닦으며 의미 없는 봉사를 하고 말았다. 축제를 찾아온 외지 손님들은 하필이면 이런 장면을 놓치지 않는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장면만 더욱 보이게 되는 머피의 법칙처럼.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축제의 약점으로 킬러 콘텐츠의 부재를 꼽는다. 그러나 킬러 콘텐츠를 능가하는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축제를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 작위적 연출이 불가능한 시민들의 태도야말로 진짜 우리 축제를 가늠하는 현주소가 아닐까. 갈 길이 멀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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