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국책은행도 강력히 구조조정 하라 기사의 사진
외환위기 초기에 정부 고위층 인사는 공적자금 4조원을 마련하라고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안이하고 한심한 주문이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공적자금은 50조원에 이어 100조원을 넘어섰다. 공적자금의 미친 듯한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대한민국 재정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정부는 공적자금 168조7000억원을 투입했고, 111조6000억원을 회수했다. 회수율은 66.2%에 불과했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이자비용 79조원을 고려하면 회수율은 45.1%로 뚝 떨어진다. 정부는 원금과 이자비용을 포함한 회수율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회수율 54.9%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조선·해운업체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채권단의 자율협약 아래 있던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됐다. 조선업의 장기 불황을 예측했다면 3년 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어야 할 부실기업이다.

국내 은행의 조선·해운업 여신(대출·보증 포함)은 지난해 말 90조원(조선 71조8000억원, 해운 18조200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물린 여신은 21조원을 넘는다. 조선·해운업체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수은이 산은보다 훨씬 많다.

산은과 수은은 부실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만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산은은 2000년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했으나 자회사는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3년 동안 5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개별 기준)은 2014년 453%에서 지난해 7308%로 급증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산은 14.28%, 수은 10.04%로 낮은 상태다. 두 국책은행이 부실기업의 여신을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는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분류하면 BIS 비율은 더 낮아진다. 수은은 정부와 산은의 출자를 받아 10%에 턱걸이했다. 국가 차원의 수출 프로젝트를 지원해야 할 수은이 구조조정 작업에 깊숙이 개입한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공적자금이 얼마나 들어갈지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 구조조정이 조선·해운업에 국한되지 않고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3400곳에 이른다. 부실기업들의 대주주인 산은과 수은에 책임을 묻지 않고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어줄 수는 없다. 산은과 수은의 부채비율은 각각 811%, 644%에 달한다. 산은과 수은의 직원 평균 연봉은 전체 공공기관(연구기관 제외)에서 3, 4위에 속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주주와 경영진의 주식지분을 소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채권자의 책임도 살펴본 후 정부 지원이나 감원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와 국책은행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을 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오류에 빠져 부실기업에 유동성만 공급하며 부실을 키웠다. 정부는 산은과 수은의 통합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국책은행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산은과 수은은 설립 취지와 역할이 다르다며 통합에 반대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조선·해운업의 부실을 줄이지 못하고 혈세를 탕진하는 국책은행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 필요하면 정부 부처도 통합하는데 두 국책은행이 현상을 유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야당이 경영 효율화와 인원 조정을 위해 산은과 수은을 통폐합해야 한다. 나라 전체가 비상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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