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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잎꾼개미와 고속도로

[사이언스 토크] 잎꾼개미와 고속도로 기사의 사진
잎꾼개미. 위키미디어 커먼스
충남 서천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의 잎꾼개미 전시회가 인기를 더해가는 모양이다. 가위개미로도 알려진 잎꾼개미는 지구 최초의 농사꾼으로 불리는 열대지방 곤충으로 현재까지 47개종이 알려져 있다. 버섯정원(농장)을 일구며 이를 먹이원으로 삼아 생활하는 이들은 지구상에서 인류 다음으로 가장 크고 고도로 분화된 사회를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주된 지하 둥지는 지름이 최대 30m에 이르는데 주변에 산재하는 부수적인 둥지까지 포함하는 600㎡ 면적의 중심으로서 약 800만 개체의 생활 근거지를 이룬다.

구성원들은 몸의 크기에 따라 20여개의 분화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조직적인 사회체계를 유지한다. 일개미의 경우 몸 크기는 2∼15㎜로 다양한데, 머리 직경이 1㎜에 못 미치는 초소형 일개미는 유충과 버섯농장을 가꾸고, 이보다 조금 큰 소형 일개미는 버섯정원을 지키는 관리자 임무를 수행한다. 주로 잎을 자르고 이를 머리에 이고 정원으로 나르는 것은 중형 일개미의 몫이다. 대형 일개미는 둥지에 남아 외부 침입자로부터 무리를 지키는 주된 임무를 수행한다.

분화된 역할도 신기하지만 또 다른 진면목은 그들이 지닌 슈퍼파워와 지구력이다. 자신의 몸무게에 50배에 이르는 잎을 강력한 턱으로 자르는데 쓰이는 에너지는 사람이 약 2.5t 무게의 물체를 드는 힘과 비슷하다. 잎을 구하기 위한 이들의 행동반경은 100∼200m에 이르는데, 대부분의 경우 개미고속도로라 불리는 잘 정비된 전용 도로를 이용한다. 사람으로 치면 약 35㎞에 해당하는 이 길을 수차례 왕복하며 이들은 하루에 약 34㎏의 잎을 지하 정원으로 나른다.

최근 자율자동차의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면서 과학자들은 이들의 고속도로에 정체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원리를 파악하느라 고심 중이다. 도로를 통행하는 개미가 많아지는데도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분리 차선 없이 단일 도로를 활용함에도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주로 좌측을 활용해 잎을 둥지로 나르고 교통량에 따라 그 폭이 빠르게 조절된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오래전 확립된 이들의 고도화된 교통 원리인 ‘실시간 가변차선제’의 진가가 이제 곧 우리 사회에 전달될 모양이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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