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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공직사회 왜 이러나

“미세먼지, 조선업 구조조정, SKT·CJ헬로비전 합병 등에 대한 대처 너무 안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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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 중 하나가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집권세력의 국정 장악력이 강한 임기 초반에는 공직사회가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지만 임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눈치보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현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일수록 다음 정부에서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적다는 경험칙에 따라 추동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창의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발굴해 내놓는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최대 권부(權府)인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것도 꺼리게 된다. 청와대 근무 경력으로 인해 미래권력의 눈 밖에 나 불이익을 받는 사례를 적지 않게 봐왔기 때문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돼온 이런 현상이 요즘 재연되는 것 같다. 4·13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되자 공직자들 움직임이 둔화된 느낌이다. 특히 야당이 반대하는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손을 놓고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주판알만 튕기는 모양새다. 이목이 집중된 대형 현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잔뜩 움츠러든 공직사회로 인해 우리 사회의 혼란과 위기가 가중되는 양상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미세먼지와 관련한 대책만 해도 그렇다. 부처 간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경유가격 인상이라는 재탕 대책을 발설한 데 이어 최근엔 고등어구이 타령이다. ‘서민들이 고등어를 구워먹기 시작한 때가 엊그제였던가’라고 착각할 지경이다. 게다가 계란프라이와 볶음밥, 돈가스까지…. 폐 건강을 위해 조리할 때 조심은 해야겠지만, 미세먼지 대책이라기엔 너무 옹색하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는 미증유의 파문이 진행 중인 요즘 뒤늦게 대책들을 쏟아내는 것이나, 병역특례 제도 폐지 검토를 섣불리 언급했다가 역풍이 불자 부랴부랴 거둬들인 점도 영 미덥지 못하다.

그리고 수조원의 혈세를 퍼부었으나 침몰해가는 STX조선해양을 뻔히 보면서 조선업계 구조조정 속도는 왜 이렇게 더딘지 모르겠다. 대규모 실업사태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지만 명확한 로드맵이나 청사진을 내놓지 않은 건 문제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과 엄청난 액수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대우해양조선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빅3’ 운운하며 같은 잣대를 고집하는 까닭도 모를 일이다. 해운업계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부실기업을 마냥 지원해 온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군살빼기는 아직 말뿐이다.

규제혁파와 경제활성화를 외치면서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도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건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심사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심사기간 최장기록이다. 공정위의 심사기간은 최대 120일이다. 심사의 장기화로 기업활동에 방해를 주지 말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관련자료 보정 기간을 빼면 120일이 안 됐다고 주장한다. 6개월이 돼 가는데, 기가 막힐 일이다. 더욱이 이 사안은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채택한 뒤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승인과 미래창조과학부의 최종 승인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언제쯤이나 돼야 결론이 날지 불투명한 상황의 연속인 것이다. 공정위가 결정을 미루면서 찬반 논란도 커지고 있다. 더 이상 눈치 살피지 말고, 허가하든지 불허하든지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게 공정위가 할 일이다.

이렇듯 곳곳에서 국정운영의 톱니바퀴가 맞지 않아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하지만 관련부처 장관들조차 잘 보이질 않는다. 개각할 때가 됐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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