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삶의 끝을 아름답게 3부 ③·끝] ‘가족 품에서 존엄한 마지막’… 美 메디케어가 돕는다 기사의 사진
미국 호스피스완화의료협회(NHPCO)는 텔레비전·라디오 광고는 물론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호스피스 확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족 곁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말기 환자의 모습을 담은 홍보영상의 한 장면. 미국 호스피스완화의료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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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임종케어 선진국서 배우다

③ ‘메디케어 호스피스’ 미국

지난 3월 브랜든 우드씨는 미국 뉴저지주 자택에서 73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아내와 자원봉사자가 곁을 지켰다. 그는 지난해 12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남은 수명은 6개월가량이며, 수술도 소용없을 거란 진단이었다. 의료진은 무의미한 항암 치료 대신 호스피스를 권했다.

유튜브에서 찾은 호스피스완화의료협회(NHPCO·National Hospice and Palliative Care Organization)의 동영상은 고민을 덜어줬다. 가족 품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정성스러운 ‘돌봄’을 받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삶의 끝부분은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었던 우드씨는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기로 했다. 연명의료계획서도 작성했다. 인공 영양제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호흡이 가늘고 맥박이 없어도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겠다고 서명했다.

매주 두세 차례 의료진이 우드씨 집을 찾아 통증 처치를 했다. 음악·미술치료도 받았다.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물었다. 호스피스 서비스에 드는 비용은 메디케어(Medicare·노인건강보험)에서 전액 부담했다. 우드씨는 30년 넘게 머물렀던 편안한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 세 달’을 보냈다.

우드씨의 행복했던 마지막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NHPCO를 지난 10일 찾았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NHPCO는 호스피스 확산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설립된 미국 최대 비영리기구다.

죽음을 앞둔 모든 이에게

“미국 호스피스의 핵심은 기대여명이 6개월 이하라는 주치의 진단, 환자와 가족의 동의만 있으면 누구나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호스피스의 특징에 대해 NHPCO 책임운영자 겸 총괄부의장인 존 마스트로존 3세는 한마디로 답했다.

미국에서는 말기 만성질환자 모두가 호스피스 대상이다.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질병의 종류가 아니라 의사의 말기 판정과 환자의 의지뿐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웰다잉법)이 제정되면서 내년 8월부터 말기 암 외에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말기환자가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미국도 호스피스 도입 초창기에는 말기 암 환자가 호스피스 이용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고 한다. 현재는 호스피스 이용자의 63.4%(2014년 기준)가 암이 아닌 다른 질환을 앓고 있다. 치매(14.8%) 심장질환(14.7%) 폐질환(9.3%) 뇌졸중(6.4%) 신장질환(3.0%) 간질환(2.3%) 에이즈(0.2%) 등 다양한 말기 만성질환자가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있다. 암 환자는 36.6%에 불과하다.

메디케어 호스피스

미국에서는 경제적 부담 없이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건강보험인 메디케어가 1982년부터 환자를 대신해 호스피스 기관에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말기 환자들은 진료와 간호는 물론이고 통증 완화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가정간호, 사회복지사 서비스, 영양상담, 영적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메디케어 호스피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는 원칙적으로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는다. 가족의 휴식을 위해 단기 입원간호를 받을 경우 하루 비용의 5%를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정도다. 외래처방 의약품 구입비용의 5%를 부담하지만 의약품당 5달러(약 5900원)를 넘지 않는다.

2014년 기준으로 메디케어 호스피스 혜택을 받은 호스피스 이용자가 전체의 85.5%를 차지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Medicaid)도 일정 부분 호스피스 급여를 지원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없다는 점은 말기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삶의 마지막을 호스피스와 함께하려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말기 환자 165만6353명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았다. 2010년 138만680명, 2012년 153만2304명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마스트로존 부의장은 “미국 전체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호스피스를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가족 품에서 존엄한 마지막을

미국에서는 가정 호스피스가 일반적이다. 호스피스 서비스는 일반 가정간호, 지속적 가정간호, 일반 입원간호, 입원 단기간호 등 4가지로 분류된다. 통증 처치나 급성 또는 복잡한 증상의 관리·치료를 위해 입원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호스피스 서비스가 이뤄진다.

가정 호스피스는 가족의 응원과 함께 임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14년 기준 호스피스 이용자의 58.9%가 요양원과 노인주거시설을 포함한 주거지에서 숨을 거뒀다. 31.8%와 9.3%는 각각 호스피스 병동이나 병원에서 임종을 맞은 것으로 집계됐다. 종합병원 중환자실이나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죽음을 맞는 환자가 대다수인 우리나라에 시사점을 주는 부분이다.

마스트로존 부의장은 “가족 품에서 존엄한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가정 호스피스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며 “치료(Curing)가 아닌 돌봄(Caring)에 집중하는 호스피스의 기본 정신과도 맞닿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버지니아주)=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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