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원윤희] 현충일을 기리면서 기사의 사진
현충일과 6·25전쟁 기념일을 포함하는 6월은 조국을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헌신한 애국지사와 순국선열들의 고결한 희생을 마음속에 되새기는 달이다. 몇 달 전 중국 창사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했다. 그 건물은 몇 년 전에 현지인으로부터 사들여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임시정부가 상하이에 있었다는 것은 대부분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임시정부가 1919년 4월 상하이에서 출범한 이후 1945년 8월 광복과 함께 충칭에서 귀국할 때까지 일제의 수색과 탄압을 피해 항저우 광저우 류저우 등 중국에서 무려 일곱 차례나 옮겨 다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청사 건물을 살펴보면서 김구 선생을 비롯한 애국지사들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키워나갔을 독립에 대한 염원과 함께 그분들이 정신적, 현실적, 경제적으로 부닥뜨렸을 수많은 고난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구태여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서울 중심부에 있는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그 염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집 가까이에 현충원이 있어 자주 산책을 가곤 하는데, 벚꽃이 만개한 4월의 경치는 특히 일품이다. 그러나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수양벚꽃들 사이에서 미처 피워보지도 못한 채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친 수많은 순국선열들이 영면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감사의 마음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이들의 숭고한 정신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비록 그분들처럼 목숨을 바치는 것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면서도 사회와 주변을 생각하고 공익을 중시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모든 개인은 그 행동과 의사결정에 있어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우리 사회와 주변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익에 대한 고려는 개인들의 행동을 규율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돼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과 우리 사회에 심대한 피해를 주는 일탈 사례가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던 지도층 인사들,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수사하고 판결하며 준엄한 법치주의를 실행하던 법조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회의 질서와 공공이익을 크게 훼손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회사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훼손하고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제품을 광고하고 판매하는 일이나, 그 위험성을 잘 아는 전문 연구자들이 왜곡된 연구 결과를 내놓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민 모두가 분노하며 불안을 느끼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는 조국에 자신을 희생한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고 계승·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공익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철저히 억제돼야 한다. 또 이러한 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한 경쟁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우리 교육시스템도 타인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사회적 규율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들로 하여금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본질적으로 발전시키고 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6월을 맞이해 학생들은 물론 우리 모두가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수많은 순국선열들의 정신을 기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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