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강원택 한국정치학회 회장 “차기 대선 전에 여당에서 정계개편 촉발될 것” 기사의 사진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내년 대선에서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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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55·한국정치학회 회장)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아직까지는 여론조사상의 인기에 불과하다. ‘대중 정치인 반기문’에 대한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현재로선 과도한 평가보다는 또 다른 유력 대선후보의 등장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야당보다는 여당에서 정계개편이 촉발될 것”이라며 “(국민들 사이에서) 다당제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었고 19대 국회에서 양대 정당 간 갈등을 보면서 분화돼야 한다는 여론도 조성됐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집무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됐으며, 반 총장에 관한 질문과 답변은 30일 전화통화를 통해 추가로 이뤄졌다.

-반 총장의 이번 방한 일정을 어떻게 보나.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골적인 행보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면 앞으로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기존 정치권과의 관계에서 위상은 어떻게 할지, 한국사회에 대한 비전은 뭔지 등을 보여줘야 한다.”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과 TK(대구·경북) 연합 가능성은.

“그런 조합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특히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은 선거공학적 측면이 아닌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년 대선에서 지역적 연대는 쉽지 않다. 과거 3김(金)처럼 지역을 묶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했는데 20대 총선에서 장악력이 제한적이었다. TK 본류와 국민의당이 합당하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있을까 싶다.”

-4·13총선 결과에 놀라지 않았나.

“새누리당 의석을 137석 정도로 예상했었다. 정치가 오만하거나 권력이 교만해지면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 민주주의 원칙과 질서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복원력을 느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는 뭔가.

“국회의원의 구성 자체는 괜찮다. 그러나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구조적 문제는 양당제에 있다. 양당제는 한 정당이 과반을 갖게 되는 구조다. 단독 과반이 되면 수를 믿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는 욕구가 생겨 정치권 전반의 갈등을 불러오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당에 리더십이 없는 것도 문제다. 예전에는 정당을 대표하는 이들이 만나 양보, 타협, 거래를 통해 갈등을 해결했는데 지금은 잘못된 정당 민주화 바람으로 각자도생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300개(국회의원 숫자)의 정당이 있는 것처럼 국회가 운영되고 있다.”

-20대 국회는 나아질까, 대통령과 두 야당과의 관계는.

“어느 당도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법안 통과를 위해 협력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다. 3당 합당 이전인 1988년 13대 국회를 통해 예측해 볼 수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야3당 총재를 청와대로 불러 협력했다. 보여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이 돌아갈 수 있는 형태로 갔다. ‘임을 위한 행진곡’ 이슈는 현실 정치로 볼 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대통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에 해줄 수 있는 상징적인 화해 제스처였다. 야당이 빚이 있으니까 그 다음에 대통령이 ‘이 부분은 꼭 해주셔야 한다’고 할 때 협력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가 생긴다. 3당 체제에서 호남당인 국민의당에 선물을 주고 결정적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카드로 갖고 있어야 했다. 쉬운 문제도 양보를 못하는데 보다 복잡하고 현실적인 문제에서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든다. 여당에 구심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야당을 파트너로 잘 삼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생존할 수 있을까.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짧은 시간 내에 변화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를 중심으로 변화를 만들어 왔는데 지금은 구심점이 없다. 전당대회가 수습의 시작일지 새로운 분란의 시작일지도 두고 봐야 한다. 열린우리당 이후 민주당 계열에서 계속 보여 왔던 모습이다. 친박에서 대표가 되든, 비박에서 대표가 되든 갈등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는 어떤가.

“박지원 의원을 포함한 호남 출신 의원들이 다 나가면서 과거보다 일사불란한 형태가 됐다. 총선 승리로 권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봤다. 내부적으로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손학규 등 후보군이 있다. 다만 문 전 대표가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데 롤(역할)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친노프레임도 많이 벗어났다. 국민의당으로 간 호남권 의원들이 이 프레임을 가장 많이 활용했었다.”

-국민의당은.

“구성 자체가 재밌다. 안철수 대표와 호남 의원들의, 서로의 필요에 의한 동거 상태다. 이해관계, 정체성, 미래 지향점이 같다고 보긴 어렵다. 호남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다음에 집권할 수 있느냐다. 안 대표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다시 설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그게 가능하지 않다면 호남은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노회한 정치인들이 많아 갈등도 깊어질 것이다. 안에서 먼저 야권연대나 합당 얘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안 대표와 비례대표만 남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국민의당에는 자신이 개척해 낸 고정 지지층이 없다.”

-2017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가 될까.

“내년은 민주화 30년이 되는 해다. 한 세대가 지나는 시점이고 5년 대통령 단임제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 모두를 경험했다. 10∼20년의 국가과제를 설정하고 끌고 가는 데 한계가 온 것 같다. 1992년 문민통치, 1997년 정권교체, 2002년은 탈권위주의라는 정치 이슈가 대선판을 장악했다. 2007년부터 실질 생활의 문제로 넘어갔다. 경제대통령으로 집권한 한나라당이 2008년 뉴타운으로 총선에서 재미를 봤다. 2010년 지방선거는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 2012년 대선은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주도했다. 연장선상에서 내년에도 생활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화두가 될 것이다. 장기적 차원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대한민국은 무엇을 향해 달려가야 하나’와 같은 새로운 목표, 그것이 복지국가나 행복이 될지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민주화 관련 만족감’이 끝나니 사람들은 뭘 먹고살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박정희 신드롬이 나타났다. 이명박, 박근혜정부 10년은 과거에 있던 것을 발굴, 적용해 보는 형태였다. 새 패러다임 제시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사회의 고민과 더불어 사는 삶, 젊은 층이 답답해하는 부분에 대해 만병통치약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방향성을 제시하고 꿈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당선될 것이다.”

-내년까지 3당 체제로 갈까.

“내년 중순까지는 3당 체제로 가고, 지지율이 한 자리로 떨어지지 않는 한 안철수 대표도 마지막까지 갈 것으로 본다. 중간에 주저앉는 경우는 없을 것 같다. 보수도 분열하면 대선 4자 구도가 될 수 있다.”

-개헌과 정계개편 가능성은.

“개헌 타이밍이 됐다. 5년 단임제에서 대통령은 레임덕 기간 빼면 대체로 3년 일한다. 더 심각한 건 우리는 단절적 대통령제라는 거다. 전임자가 했던 주요 정책을 후임자가 안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색깔임에도 안 받았다. 창조경제는 다음 정권에서는 사라질 것이다. 개헌은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다. 대통령은 관심이 없고 차기 주자들도 반대할 것이다. 정계개편 가능성은 있다. 보수의 분화가 이뤄지면 스트롱 라이트(strong right·강경우파)는 친박이 되고, 모던 레프트(modern left·중도좌파)까지 4∼5개 정당이 생겨 협력이나 연대가 가능할 수도 있다.”

-현재 거론되는 이들 중에 대통령감이 있나.

“정당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정치권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대중매체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언론사 여론조사와 만나 갑자기 유력 정치인이 되고 있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정치 리더로 만들어 내고 있다. 한국정치가 포퓰리즘에 취약하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예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안철수 대표도 그렇고 반기문 총장도 마찬가지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권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이들 속에서 다음 대통령의 자질을 찾아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인물에게 국가를 맡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새누리당에 답답함이 있다.”

-제3의 후보가 등장할까.

“가능성은 거의 없다. 4년 전 ‘안철수 등장’ 때와 달리 진영마다 준비한 사람들이 있다. 대선에서는 세대교체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본인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 든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박정희시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세대의 역할은 끝났다.”

-한국정치학회는 뭐하는 곳인가.

“1950년 전시수도 부산에서 출범해 현재 회원이 2200명이다.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아야 정회원 자격이 있다. 학회장으로서 시민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시민’을 만들어 내고 싶다. 시민들이 공공의 영역에 기여하고 변화를 이끄는 게 중요해졌다. 또 하나는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중립적인 정치학회에서 한국의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정치제도를 고민하겠다.”

저서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노무현 前대통령 대연정 구상 이론적 배경

저서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가 노무현 대통령의 2005년 7월 한나라당에 대한 대연정(大聯政) 제안 당시 이론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친노들이 이 책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후 탁월한 정치 분석과 전망은 각광을 받았다. 인터뷰에서 직접 정치할 생각은 안 해봤느냐고 물어봤다. 그는 “러브콜은 많이 받았지만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정치는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다. 지역구 관리는 부지런해야 한다”면서 “내 역할은 글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담론을 생산, 확산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대 지리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를 거쳐 런던정치경제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학과장과 한국정당학회장을 지냈다. 대통령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과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민수 논설위원 ms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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