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농산물 파는 이들이 새벽 열던 곳 관광도시 도약한다 기사의 사진
강원도 춘천 E다운영재스쿨어린이집 원생들이 30일 소양로 번개시장을 찾아 시장 체험을 하고 있다. 이 시장은 앞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현대화 시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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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강원도 춘천 소양2교 앞에 자리 잡은 소양로 번개시장은 춘천의 새벽을 가장 먼저 깨우는 장터였다. 아낙네들은 봄나물과 배추, 열무, 고추 등 직접 재배한 신선한 농산물 보따리를 시장 한쪽에 펼쳐놓고 손님들과 가격 흥정을 벌였다.

장터의 주인공은 대부분 서면의 아낙네들이었다. 당시에는 서면과 소양로 사이에 다리가 놓이지 않아 배를 타고 소양강을 건너야 시내를 갈 수 있었다. 광주리에 싱싱한 농산물을 이고 중도, 서면 금산리와 신매 나루에서 배에 올라탄 부녀자들은 새벽안개를 헤치고 강을 건너와 번개시장의 주인공이 됐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야 했던 아낙네들은 일찌감치 장사를 마무리 짓고 다시 돌아가야 해 장이 그만큼 빨리 파했다고 한다. 번개처럼 잠시 동안만 장이 섰다가 파했다고 해서 '번개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반 상점에서 파는 물건보다 싱싱하고 값도 저렴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시장이 유명해졌고, 외래 상인들까지 시장에 합류하면서 지역 최대 농산물 소매시장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한때 500여명의 상인들로 북적이던 소양로 번개시장은 2000년대 들어 상권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지금은 그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속속 등장하고 대형 아파트 단지로 주민들이 이전해 간 탓이다.

이렇게 썰렁해진 번개시장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이 힘을 모아 문화마을공동체 사업을 추진하고 마을박물관을 조성하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 삭막했던 골목에는 형형색색의 그림이 더해져 활기를 불어넣었다. 번개시장 건너 의암호에는 국내 최장 길이의 스카이워크가 조성될 예정이라 주민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여기에 최근 번개시장 일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춘천시는 지난 2월 소양로 번개시장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문을 열고 도시재생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센터는 앞으로 추진할 세부 사업을 주관하고 주민을 대상으로 한 도시재생 대학 운영, 주민 교육, 의견 반영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시 관계자는 “도시재생 사업은 소양 스카이워크 등 관광명소 확충, 캠프페이지 개발, 근화초교 일원 정주환경 개선사업 등과 연계 추진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재생사업의 성공 여부는 주민 참여에 달린 만큼 도시재생센터를 중심으로 주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계획된 사업에 대한 세부계획 수립과 소규모 주민 제안사업 공모, 계획된 시설의 일부를 착수할 계획이다. 주민 주도 사업을 위해 상인회, 부녀회 등 마을 자생단체가 참여하는 주민협의체가 구성되며 단체나 마을이 사업계획을 마련하면 심사를 거쳐 사업비를 지원한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비 등 100억원을 들여 소양로, 근화동 일대 24만5000㎡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주민 주도로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시는 올해 자전거 호텔 건립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번개시장 현대화, 호반 맛길, 번개시장 센터, 청년창업공간, 문화예술촌, 게스트하우스,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 등을 벌인다. 자전거 호텔은 소양강 처녀상 맞은편에 있는 호반문화공원 일원에 지상 2층, 연면적 500㎡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자전거 호텔은 숙박형 시설이 아니라 의암호 순환 자전거 여행객을 위해 자전거를 맡기고 수리하는 장소다. 자전거 대여소와 수리점, 샤워시설, 휴게시설, 세탁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소양로1가 호반공원∼시장사거리 160m 구간에는 이 지역에 적합한 대표 음식을 선정해 호반 맛길을 조성한다. 이 일대에는 야시장과 농부들이 재배한 농산물을 파는 ‘파머스 마켓’ 등이 계획돼 있다.

또 마을에는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가 조성된다. 센터는 지상 4층, 연면적 780㎡ 규모로 지어지며 여행자 안내를 위한 마을웰컴센터, 북카페, 마을도서관, 다목적 강당 등이 들어선다. 이곳에는 마을 가이드를 운영해 여행자들에게 마을을 안내할 계획이다.

게스트하우스는 배터마을과 배나무골 내 노후주택과 비어있는 건물 3채를 대상으로 추진한다. 앞으로 마을기업과 청년기업이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관리를 맡는다. 이와 함께 소양2교∼옛 캠프페이지를 잇는 1㎞ 구간에 쉼터와 공원 등을 갖춘 ‘소양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청년 창작활동 및 창업지원공간 조성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시는 소양로 번개시장 일원 도시재생과 동시에 조운동과 교동(동부시장), 효자동(남부시장), 약사명동·요선동·시청 일원(중앙시장) 개선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국비를 확보해 2025년까지 개발을 마친다는 것이 목표다.

■최동용 춘천시장 “계획 수립 단계부터 주민이 참여”

“춘천 도시재생 사업이 마무리되면 의암호를 끼고 있는 소양로와 근화동 일대가 그동안 가장 낙후된 마을에서 낭만이 가득한 수변 관광타운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입니다.”

최동용(66·사진) 춘천시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소양로 일대에는 5년간 100억원이 투입돼 다양한 사업이 추진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시장은 “올해는 의암호를 순환하는 자전거 코스 통과지역인 소양로에 자전거 호텔 조성사업이 추진된다”며 “자전거 호텔은 수도권 지역에서 많이 찾아오는 자전거 여행객이 장비를 수리하거나 의암호 전망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일종의 자전거 커뮤니티 센터가 되도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춘천시는 도시재생 사업을 계획부터 마무리까지 주민 참여형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도시재생 사업은 말 그대로 낙후되고 공동화된 구도심을 되살리는 사업”이라며 “그동안 행정기관이 사업계획을 세우고 시행해 왔다면 재생사업은 계획수립 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해 스스로 마을 활성화 계획을 세우고 실제 사업까지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 공원, 주차장 같은 기반시설을 행정이 지원하고 주민들이 주거, 상권, 문화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며 “소양로 재생사업의 경우도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자체 사업계획을 마련하면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도시 전체 균형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원주민이 계속 정주하면서 그 마을에 맞는 경제, 문화, 복지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 시장은 “우선 가장 오래된 도심인 소양로 번개시장 일원을 재생사업 시범지역으로 정해 추진한 뒤 연차적으로 시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원주민이 계속 살면서 스스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양로와 인접한 옛 미군부대인 캠프페이지는 시민여가와 관광거점을 겸한 복합공원으로 변하게 된다”며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소양로와 근화동은 춘천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로 탈바꿈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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