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1>] 번듯한 교실·깨끗한 식수… 오지 아이들 웃음 찾아줬다

<1> 라오스 어린이에게 희망 주는 월드비전 사역

[밀알의 기적 <1>] 번듯한 교실·깨끗한 식수… 오지 아이들 웃음 찾아줬다 기사의 사진
라오스 파메파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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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웃음’.

1인당 국민소득이 3100달러에 그치고 성인 문맹률이 27.3%, 농업종사 인구가 73.1%에 달하는 라오스. 그곳 산간지역에서 만난 것은 아이들의 밝은 웃음이었다.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동쪽으로 150㎞ 떨어진 통판캄 마을. 지난 18일 붉은색 흙먼지 길을 한참 달려 산중 마을에 도착한 초등학교는 말이 학교지 작은 염소농장 같았다. 푸른색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운동장의 경사는 족히 40도는 돼 보였다. 1∼5학년 학생 250여명은 옹기종기 땅바닥에 앉아 재잘거리고 있었다.

"학교 오는 게 제일 좋아요." 스바숙(10) 양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흰색 교복 상의는 흙먼지로 꼬질꼬질하고 머리는 산발에 가깝지만 눈이 참 맑았다. 아이들에게서 나는 땀 냄새가 흙냄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역에는 소수민족인 카무족 1200여명이 산다. 수업은 오전 8시30분부터 11시30분까지, 오후엔 1시30분부터 4시까지 진행된다. 우기가 되면 길이 없어지기 때문에 등교가 어렵다. 교사라고 해봐야 전부 6명. 모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아찬 캄미(37) 교장은 "2007년 개교했는데, 2014년 한국 월드비전이 교실을 지어줬다"면서 "예전에는 공부할 때 가축이 교실로 들어오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민족인 우리 부족 전체에는 식수가, 아이들에겐 학용품과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 날은 인근 파메파 지역으로 갔다. 이곳은 소수민족 몽족이 사는 지역이다. 고산지대여서 몽족 대다수는 과거 화전(火田)으로 생계를 꾸렸다. 라오스는 자연파괴를 막고 주민들의 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반시설이라고 해봐야 비포장도로뿐이었다. 양철과 나무로 지어졌던 엉성한 몽족 학교 건물은 2014년 한국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최신 시설로 변신했다.

이곳은 학교라기보다 마을 공동체의 중심지와 같다. 월드비전은 몽족에게 식수를 제공하기 위해 4㎞ 떨어진 계곡에 식수탱크를 설치하고 학교까지 파이프를 연결했다. 또 8000달러를 투입해 수도시설을 설치하고 7만5000달러를 지원해 학교 건물을 지었다. 3150㎞ 떨어진 한국에 있는 '선한 이웃'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이 와이(34) 교장은 "학교에 수도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면서 "수도시설이 없으면 아이들은 학교에 오는 대신 물을 뜨러 다녀야 한다. 수도가 있으면 아이들에게 손씻기 등 위생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마을 급수시설 옆에 텃밭을 조성했다. 농업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서다. 눈이 맑은 아이들의 건강과 위생 확보는 물론 소득 증대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마침 수돗가에서 아이들의 물장난이 시작됐다. 몽족 어린이들은 하얀 이빨이 드러나도록 활짝 웃으며 물장난을 쳤다. 한국 어린이와 다를 바 없는 천진난만한 모습이었다.

인근에 있는 핫이엥톰초등학교는 한국 월드비전과 전북 김제 검산초등학교가 공동으로 지난해 도서관을 지어줬다. 찬타몽(54) 교장은 "학교 도서관에 1000권의 책과 컴퓨터, 프린터가 있다"면서 "한국의 도움으로 학교 울타리도 세워서 가축 등 유해요소로부터 안전하게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월드비전은 2011년부터 라오스를 돕고 있다. 5개 지역 8720명의 어린이가 한국 월드비전 후원자와 결연을 했다. 이를 통해 전달되는 후원금은 아동의 생계를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도 변화시킨다. 특히 볼리칸 지역은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2009년 28.9%에 이르던 빈곤층 비율이 2014년 8.9%로 낮아졌다.

문손 쿤산리다 볼리칸 부주지사는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2만8000여명의 지역 주민이 도움을 받고 있는데, 특히 빈곤층이 대폭 줄어들었다"면서 "볼리칸의 지역 정부 관리자로서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결연아동에 대한 후원금은 월 3만원. 누군가에게 티셔츠 한 벌 값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1개월 치 '생존권'이다. 특히 맑은 웃음의 아이들에겐.


■ 월드비전 농업개발 사업 염소 등 지원해 자립 기반 제공

라오스 볼리칸 산간 지역에 사는 캄디(47)씨와 른다(36·여)씨 부부는 화전민 출신이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불안정하던 삶을 살던 이들 부부의 삶에 변화가 온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월드비전 라오스가 염소 5마리와 축사용 철망 등 750달러 상당을 지원했다.

캄디씨는 “월드비전이 5마리의 염소를 줬는데 그 중 암컷이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면서 “염소를 시장에 내다 팔면 새끼는 한 마리에 125달러, 어미는 162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웃었다. 그는 “평소 건축 현장에 가서 일을 하거나 농사도 짬짬이 짓고 있다”면서 “삶이 안정되다 보니 딸아이 교육도 안정적으로 가능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파무앙 마을에 거주하는 통사완(56)씨도 1년 전까지만 해도 숯을 만드는 저소득층 가장이었다. 산에서 나무를 해와 숯을 만들어 내다파는 일을 했다. 고된 일이었지만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푼돈이었다. 삶이 바뀐 것은 월드비전을 만나고부터다.

월드비전은 통사완씨에게 수경재배가 가능하도록 스프링클러와 호스, 비닐 등 750달러 상당의 농기구를 지원했다. 그는 캐피스라는 식물을 재배해 그 뿌리와 잎을 시장에 내다팔아 매달 500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숯을 팔 때는 절대 만질 수 없었던 큰돈이다.

통사완씨는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수경재배를 시작하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면서 “지난달엔 625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주변 사람들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내 폰 게우(52)씨는 “수경재배는 남편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웃었다. 그는 최근 할부로 한국산 중고 트럭도 구입했다.

람푼 폰폼좻(34) 월드비전 라오스 볼리칸 지역사무소 매니저는 “염소 사육과 수경재배 등 시범농장 사업은 후원아동이 있는 저소득층 가구 중 생활개선 의지가 있는 부모를 상대로 하고 있는데 세 가구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면서 “사업 전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지속적 교육을 함으로써 소득증대가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볼리칸(라오스)=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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