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유경준 통계청장] “GDP로는 파악 힘든 ‘삶의 질 지표’ 개발 중” 기사의 사진
취임 1주년을 맞은 유경준 통계청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빅데이터 시대의 통계 정책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빅데이터·인공지능 시대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 이후 통계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 사람 냄새 나는 제4의 산업혁명이 절실해진 듯하다. 그래서 우리 통계청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마침 취임한 지 1주년을 맞은 유경준 통계청장을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만났다.

-지난해 5월 26일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됐다.

“아무것도 모른 채 와서 지방사무소를 축소하고 인력을 효율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했다. 크게 바뀐 게 지역통계 활성화다. 5대 지방청에 25명씩 지역통계 담당 과를 신설했다. 본청에는 빅데이터 통계 허브국을 신설했다. 크게 두 개의 틀로 직제개편한 뒤에 성과를 내기 위해 뛰고 있다.”

-‘딱딱’한 통계가 취임 이후로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

“1년간 이용자 수요에 부합하는 통계를 생산하고 통계 신뢰성과 접근성,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물가, 고용, 소득분배 관련 통계에 현실 체감도를 높이고 통계자료를 국민들이 실생활에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특히 단순한 경제의 척도인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넘어 삶의 질 지표를 개발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GDP 기준 외에 행복지수 1위 국가 부탄에서 만든 행복지표를 우리도 사용할 수 있는지.

“그게 가능하면 전 세계가 벌써 사용했을 것이다. 그것으로 국제 비교는 못한다. 통계청이 개발 중인 지표는 BLI(Better Life Index)라고 해서 양과 질을 포함하는 것이다. 양적 GDP에서 잡지 못하는 것을 보완하고 잡아내야 한다.”

-한국의 물가지수나 이런 것도 BLI에 포함되는지.

“70∼80개 각종 지표를 하나하나 계산을 다 했고, 또 개발 중인 게 있는데 그건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있다. 국민 피부에 맞게 물가와 소득 등 관련 통계를 개발·보완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공유경제 같은 경우는 소득이나 소비로 잡히지 않는 맹점이 있어 이런 점들을 보완하려 한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가계 계정과 관련 복지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데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을 공짜로 해주는 경우를 예로 들면 이런 것들은 성장률과 가계소득 증가율이나 소비 증가율이 더 낮게 잡히는 것의 또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대세가 빅데이터다. 금융기관 등 민간과의 공조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통계청에서 정하는 것은 행정 데이터이고 빅데이터는 민간이 취급한다. 행정 데이터부터 모아서 만들어내고 그 다음 민간과 융·복합하려 한다. 공공행정 데이터도 작년 인구총조사가 공공행정 데이터를 모범적으로 활용한 사례다. 주민번호를 식별화해 기초자료를 생성하고 전부 설문조사하던 것을 국민 20%만 설문조사해서 비용을 줄인 것이다. 올해 경제총조사를 하는데 개인은 주민번호가 있어서 할 수 있지만 기업은 사업자 등록번호로 한다. 세금과 관계없는 미등록 사업장이 있다. 사업자 등록을 하더라도 지사는 구분이 안 돼 있다. 일단 국세청·행정자치부와 본사, 지사가 있고 서식 계정을 통해 같이 협업해서 기업등록부를 만들자고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행자부나 각 부처에 공공행정자료가 있는데 서식 형태도 다르고 기준도 다르다. 예를 들어 주소만 해도 아파트 108-802도 있고 108동 802호도 있고 다 다르다. 이런 맹점들을 보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각 부처와의 협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데 여신협회와의 부채 통계 협업이 눈에 띈다.

“통계청은 가구 정보가 있다. 여신협회는 개인 부채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가구 단위로는 생성이 안 된다. 이 둘을 묶어서 신혼부부의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 이런 분석을 시작했다. 6월 중 나올 것 같다. 조금 더 나아가 자영업주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도 통계 작성을 하려 한다. 기업등록부가 일단 좀 진척돼야 한다. 사업자 등록은 국세청이 하고 납세를 안 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통계청이 파악해 두 가지를 합하는 호주형이 있고, 프랑스처럼 완전히 사업자·기업 등록을 따로 하는 별도 조직이 있어서 국세청, 통계청, 지방자치단체에 다 주는 형태도 있다. 우리는 호주형으로 가는 게 제일 낫다. 별도 조직을 세울 필요는 없는데 국세청이 협력 안 하면 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웃음).”

-제대로 된 통계 작성을 위해 통계청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어느 수준의 자율권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조사 통계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공공과 민간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부처 간 협업, 개인정보의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 통계청의 독립성 자율권 문제는 과거의 일이다. 현재는 충분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다. 몇 년 전 통계청장과 경제수석이 워낙 친밀해서 물가지수에 금반지를 포함하느냐를 가지고 오해가 생긴 일이 있었다. 그 사건 때문에 통계청이 통계를 왜곡하는 기관처럼 인식됐는데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도 통계 발표 날을 어기거나 내용을 왜곡한 적이 없다.”

-한국은행과 GDP 통계 작성 권한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통계청이 없을 때 미군정이 한국은행을 통해 국민계정과 소비자물가를 산정했던 것인데 이후 통계청이 생기면서 하나 둘씩 찔끔찔끔 내줬다. 그런데 아직도 가장 중요한 국민계정은 한은이 하고 그에 필요한 기초통계와 지역소득통계는 통계청이 하고 있다. 한은이 그동안 잘 해왔는데 GDP도 현실에 맞게 업그레이드되는 시점에서는 통계를 전문으로 하는 통계청에서 하는 게 맞다. 한은은 고급인력이 많고 분석능력이 있으니 고부가가치가 많은 연구를 하는 쪽으로 업무를 다각화해야 한다. GDP를 통계청이 취급하지 않는 국가는 벨기에와 한국, 칠레뿐이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도 작성 기관이 다른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받듯 통계 생산은 통계청이, 통계 소비와 분석은 한은 등 연구기관이 하는 게 바람직한 구조다.”

-앞으로의 계획은.

“통계 생산의 패러다임 전환이 급선무다. 공공행정 데이터 및 민간 빅데이터 활성화와 지역통계 개발 완료가 그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게 통계 생산 패러다임을 조사통계 생산 위주에서 공공행정자료와 민간 빅데이터를 융·복합한 통계자료를 생산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다만 아직 민감한 자료의 공유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모든 부처가 칸막이를 없애고 자료 공유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각 부처에서 관념적으로 개인정보 문제를 들고 싸우고 있는데 그 핵심이 ‘비식별화하는 문제’다. 주민번호를 개인대체 식별번호를 이용한 비식별화 조치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평균을 분산하기 때문에 개인을 특정하는 게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 공공민간 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한 이후 제공하는 서비스가 절실하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지난해 5월 통계청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줄곧 노동경제 분야 연구의 길만 걸어온 자타공인 노동경제 전문가다. 1988년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시작해 노동문제연구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을 거쳤다. 통계청장 부임 직전에는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유 청장을 따라다니는 또 다른 수식어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의원의 동생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청장 내정 후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물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부각됐다. 유 청장은 이를 짐짓 불편해한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청장이 된 것은) 형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 청장의 업무 스타일은 수십년간 연구의 길을 걸어온 학자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할 일을 정하면 즉각 실행하는 추진력 때문이다. 청장 취임 직후 지역통계 활성화와 빅데이터 구축이라는 목표에 따라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은 단적인 예다.

△1961년 서울 △부산 해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제학 석사, 미국 코넬대 노동경제학 박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 수석이코노미스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이동훈 경제부장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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