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이야기] “목사님, 제 마음 너무 모르시네요”

독일서의 심방 실수

[나의 목회 이야기] “목사님, 제 마음 너무 모르시네요” 기사의 사진
독일에서 목회를 할 때 이야기입니다. 라인 강을 끼고 북쪽으로 1시간쯤 차를 타고 가면 아름다운 로렐라이 언덕이 나옵니다. 그 언덕 바로 아래에 제가 섬겼던 교회의 성도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심방 기간이라 성도들과 그 식당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유학생 몇 명도 동행했습니다. 유학생들이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심방대원이란 이름으로 함께 간 것입니다. 가는 길에 성도들에게 한껏 폼을 잡으며 로렐라이 전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기분 좋게 도착해서 준비한 말씀을 열심히 전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식당 사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제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모르세요?”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설교가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솔직한 마음을 제게 말한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성도님의 마음을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울컥한 마음에 “목회자가 점쟁이는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그저 죄송하다고만 말씀드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로렐라이 언덕은 올 때처럼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검은 먹구름이 마음에 가득했습니다. 그 순간 주님은 제 마음을 되돌아보게 하셨습니다. ‘성도의 마음을 알아주고자 얼마나 노력했는가. 로렐라이 언덕의 연대는 잘도 기억하면서 정작 성도분이 살아온 인생과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몸부림치며 기도했는가’ 하는 생각에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전통 중 하나가 심방입니다. 그러나 요즘 성도들 중에는 사생활을 방해받는다는 이유로, 목회자들 중에는 귀찮다는 이유로 심방을 기피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심방에 대한 인식이 점점 변해가지만 저는 지금도 즐겨하고 있습니다. 주일 예배를 전후해 성도들과 만나 안부를 묻지만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심방을 하면 성도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습니다. 가정의 아픔이나 간절한 기도 제목들까지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심방을 가기 전 준비를 합니다. 설교 원고를 쓰며 다시 한 번 그 집에 대해 생각하고 성경 말씀을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혹시 독일에서의 경험을 되풀이할까봐 그렇습니다. 그때 심방에서의 부족함과 실수가 도리어 좋은 약이 되었습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약력=△장로회신학대 신대원 졸업 △독일 오스나부룩대 실천신학 박사 △독일 비스바덴한길교회, 미국 팔로알토 아이교회 담임목사 역임 △서울장신대 부설 디아코니아 연구소 소장 겸 서울장신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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