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공병호] 기념하는 사회를 위해 기사의 사진
미국의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이곳은 요세미티나 옐로스톤에 비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설산의 풍광은 그 어떤 곳과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의 남단에 붙어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손쉽게 방문할 수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티턴의 3개 봉우리 가운데서 최고봉인 그랜드티턴의 높이는 무려 4198m나 되며 고산준봉 아래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넓게 펼쳐진 평원은 고산준봉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방문객들에게 제공한다. 그랜드티턴을 오른쪽으로 바라보면서 달리는 109번 도로는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시원한 그랜드티턴의 풍광을 제공하고 있다.

다른 국립공원들도 나름의 특별한 매력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지만 그랜드티턴은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장엄한 고산준봉과 상대적으로 붐비지 않는 장소 때문에 심신의 충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장소다.

이 도로의 끝자락에는 스키 휴양지로 오랜 역사를 가진 잭슨 홀이란 마을이 있다. 겨울 시즌을 목표로 하는 대부분의 상업 지역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반해서 이곳은 단정함에 관한 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휴가지다. 이곳의 중앙에 위치한 작은 공원에는 인근 지역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지역민들의 이름이 동판 위에 새겨져 있다. 이곳을 우연히 방문하게 되었을 때 필자는 동판 위에 새겨진 이름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목숨을 잃은 병사는 6명이었다. 이곳만이 아니라 미국의 크고 작은 마을이나 대학교나 고등학교를 방문할 때면 드물지 않게 만나는 광경이 전몰자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나 조각상 혹은 동판 등이다. 그럴 때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공동체건 단체건 간에 기여한 사람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데 익숙한 사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공적인 기여에 대해 무척 후한 사회다.

오늘날 아름다운 그랜드티턴의 풍광을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데는 또 한 명의 귀한 인물이 있다. 1920년대에 휴가를 위해 잭슨 홀을 즐겨 찾았던 인물이 석유재벌 존 D 록펠러였다. 그는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난개발로 파괴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주변의 토지들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하여 국가에 기부하게 된다. 그가 구입해서 정부에 기부한 토지 면적이 무려 3만2000에이커나 된다. 이들 토지는 지금도 ‘록펠러 수목 보존 지역’이라는 이름으로 기부자의 이름을 붙인 채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의 기부가 있었기에 오늘날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이 가능하게 되었다. 더욱 아름다운 일은 그를 기념하여 1972년에는 공원의 북쪽을 관통하는 도로를 ‘존 록펠러 주니어 기념 고속도로’라고 명명한 사실이다. 흥미로운 점은 방문객들이 사용하는 그랜드티턴 국립공원 지도에 굵은 글씨로 록펠러의 기여를 기록해 둔 점이다.

어떤 사회나 단체가 기여한 사람을 기념하는 일은 귀한 일이다. 그래서 역사 발전의 동인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지 않는가.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는 누군가를 기념해 주는 일에 있어서 인색한 편이다. 특히 공적인 기여자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엄격한 편이다. 한 사람의 인생 항로가 순백처럼 밝은 면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면에 주목하고 기념하는 데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바람을 갖게 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硏 소장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