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쇠락하던 구도심·전통시장에 문화와 추억을 입히다 기사의 사진
관광객들이 대구 중구 방천시장 김광석길에서 지난 5월 14일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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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도심 공동화, 노후화 등으로 고민하던 구도심 대구 중구가 이제는 전국이 주목하는 문화·관광명소가 됐다. ‘근대골목’ ‘김광석길’ 등 문화·관광 아이템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도심재생의 모범이 됐다.



도심재생, 변화의 시작

대구 중구는 지리적으로 대구 중심에 위치해 있고 대구시청 등 주요 관공서와 금융기관, 의료시설, 쇼핑시설 등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동성로’로 대표되는 쇼핑·문화 공간은 지역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1990년대 부도심 개발로 주거 인구가 빠져나가 20만명에 이르던 주민등록인구가 8만여명으로 줄었다. 동성로 등 일부 지역을 빼고는 노후화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윤순영 중구청장이 취임하면서 도심재생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중구는 2010년까지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벌였다. 전봇대 121개를 철거하고, 배전반 67개를 전국 최초로 배전스테이션(지중화) 방식으로 지하에 매설했다.

2008∼2010년에는 동성로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보행을 어렵게 만들었던 기업형 노점상 200여개를 철거했다. 대신 생계형 노점 50여개를 선별해 동성로 일부 지역에 정착시켜 노점특화거리를 만들었다. 노점이 사리진 거리에 야외무대 등을 설치해 거리 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박성오 중구 도시디자인담당은 “노점을 정리한 뒤 동성로 상가 매출이 20% 이상 늘었고, 주말에 수십만 명이 오고가는 걷기 좋은 거리가 됐다”며 “동성로 정비 사업은 근대골목 조성과 함께 중구 도심재생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구도심에 ‘문화’를 입히다

중구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골목’에 주목했다. 대구는 6·25전쟁 피해가 비교적 적은 지역이고 1990년대 재개발 열풍도 비껴간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일제강점기 건물과 흔적 등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중구는 2007년부터 ‘근대문화공간 디자인 개선사업’(근대골목)을 벌였고, 골목에 숨어있던 근대의 향기를 다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대구의 몽마르트’라 불리는 청라언덕, 3·1만세운동길, 계산성당, 약전골목, 제일교회, 이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 등 지역 근대문화유산을 정비해 골목투어 5개 관광코스로 만들었다. 근대골목은 차츰 인기를 얻기 시작해 2009년 3000여명이던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114만여명으로 급증했다. ‘2012년 한국관광의 별’ ‘2013년 지역문화브랜드대상’ ‘2015년 한국관광100선’ 등에 선정되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도심재생 모델이 됐다. 최근에는 골목투어를 더욱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청라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이 차량은 근대에 운행된 트롤리버스 모양으로 제작됐다.



전통시장에 ‘추억’을 입히다

중구는 ‘영원한 가객’ 고(故) 김광석을 추억할 수 있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김광석길)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광석길은 2009년 시작된 ‘방천시장 문전성시(文傳成市) 프로젝트’의 일부로 출발했다. 방천시장은 대구 중심가에 있었지만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등에 밀려 쇠락해가고 있었다. 점포가 한때 1000개가 넘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으나 60여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할 뿐이었다.

이에 중구는 예술가들과 시장상인들이 함께하는 예술시장을 기획했고, 여기에 김광석길도 포함됐다. 김광석은 1964년 1월 22일 대구 남구 대봉동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봉동은 중구에 포함돼 있고 방천시장은 대봉동에 있다. 이 때문에 대봉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광석을 추억할 수 있는 길을 방천시장에 만들기로 한 것이다.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신천대로 둑길 아래 폭 3m, 길이 300여m 골목길에 김광석 관련 벽화와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이후 공연장, 김광석 동상, 골목방송스튜디오 등을 설치해 공연·문화·예술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김광석길은 ‘2013년 향토자원 베스트30’ ‘2014년 대한민국 베스트 그곳’ ‘2015년 한국관광100선’ ‘2015년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등에 선정되는 등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최근에는 평일 평균 2600여명, 주말 1일 평균 5800여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중구 도심재생은 현재 진행형

중구의 도심재생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중구는 조선시대 달구벌을 지키는 역할을 했던 대구읍성을 홍보하고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올해 대구읍성을 주제로 ‘북성로 거리박물관’(가칭)을 조성할 예정이다. 읍성 모형 등을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길 아래 만들고 그 위에 투명 지붕을 덮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지나간 북성로 일대에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순종 황제 어가길’도 조성하고 있다. 내년에는 노후지역인 동인·삼덕동과 신천 인근지역에 수달 등을 테마로 하는 생태·문화골목길도 만들 예정이다.

[인터뷰]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
“골목이 살아있는 중구, 대구의 미래로 만들 것”


“중구를 대구의 미래로 만들겠습니다.”

윤순영(64·사진) 대구 중구청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구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중구는 올해 슬로건을 ‘중구는 대구의 미래입니다’로 정했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사업을 잘 가꾸고 중구 미래 10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윤 구청장은 “대구 중구 근대로의 여행, 김광석길 등 앞서 추진한 도심재생사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남산100년 향수길,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까지 마무리하면 근대역사를 축으로 한 문화벨트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 추진 예정인 생태·문화골목길 조성사업까지 완료하면 노후 지역인 동인·삼덕동까지 활성화돼 원도심 균형발전이 가능해진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2006년 윤 구청장이 처음 부임했을 때 중구는 물론 대구 전체가 ‘관광불모지’였다. 중구만의 특성과 경쟁력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골목’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대구 도심은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골목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는 보기 드문 지역이었고, 6·25전쟁의 피해가 적어 일제 강점기 건축물 등 역사적 유산이 많은 곳 이었다”며 “재개발이 아닌 재생이라는 방식을 통해 중구를 근대 100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장소로 살려내는 것을 중구 도심재생정책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윤 구청장은 전국 최초 3선 여성구청장 중 한명이다. 10년 넘게 도심재생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단 없이 사업을 추진해 도심재생의 초석을 다졌고 도심창조를 위한 더 큰 꿈도 꿀 수 있게 됐다고 그는 밝혔다.

윤 구청장은 “처음 취임했을 때 중구는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낙후된 중구’ ‘떠나가는 중구’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중구’ ‘주민이 살고 싶은 중구’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중구’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중구를 기업에 비유하면 기반이 잡혀 경영이 좋아지고 있는 상태”라며 “더 노력하면 우량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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