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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축제 사이] <24> 강릉 사람들

[축제와 축제 사이] <24> 강릉 사람들 기사의 사진
관노가면극. 강릉단오제위원회 제공
두 해 전 강릉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직장 때문에 강릉으로 이사 온 지 30년이 됐는데도 강릉에선 아직도 자신이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거다. 반면 강릉에서 태어나기만 했을 뿐 학교나 직장 문제로 평생 타지생활을 해도 그 사람은 언제든 강릉사람으로 환대를 받는단다. 강릉의 고집, 보이지 않는 텃세라는 게 몹시 지독하더라는 얘기였다. 비슷한 경험은 내게도 있다. 서울에서 강릉 출신 지인과 술집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제법 떨어져 있는 다른 테이블의 손님 목소리만 듣고도 “저 사람, 강릉사람이야!”라며 용케 알아맞힌다.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을 시간도 없이 강릉사람들은 서로 동향 운운하며 넉살좋게 인사를 나눈다(인사라기보다 강릉의 출신학교나 동네 같은 공통점 찾기 바쁘지만).

강릉단오제가 이번 주말 폐막한다. 올해 단오는 6월 9일이었는데 어김없이 창포물에 머리를 감거나 씨름, 그네뛰기, 널뛰기, 단오장터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단오(端午)는 원래 중국에서 유래하여 한국으로 건너와 조선시대의 설, 추석, 한식과 함께 대표적인 명절로 자리 잡았는데 오늘날에는 강릉에서만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2005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데 왜 강릉일까. 민족 전체의 명절이었던 단오가 왜 지금은 ‘강릉만의 단오’가 되었을까. 몇 년간 강릉과 강원도를 고루 다녀보며 내린 결론은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척추에 해당하는 태백산맥이 병풍 역할을 해 영동지역의 단오문화가 비교적 온전히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지역색 짙은 강릉사람들의 고집이 오늘날 강릉단오제를 만든 게 아닐까. 솔직히 외지인에게 텃세로 느껴지는 문화는 딱히 보기 좋진 않다. 그러나 모두가 잃어버린 단오를 오롯이 지켜준 강릉사람들의 고집에는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 덕에 교과서에서나 보던 단오를 강릉에서라도 오래도록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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