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66) 가천대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 뇌질환 퇴치 파수꾼…원스톱 진료 서비스 기사의 사진
가천대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의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신경과 이영배·이현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유현주·연병길 교수(센터장), 신경과 노영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진 교수, 재활의학과 이주강 교수, 신경과 박기형 교수.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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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치매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급격한 치매 환자 증가는 국가적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2010년 8.7%(47만명)에서 2013년 9.4%(57만명)로 증가했다. 올해는 약 10%로 상승해 치매 노인이 68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환자 수는 20년 단위로 약 2배씩 늘어 2030년 127만명, 2050년 27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환자 수 증가세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치매를 다룰 획기적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치매는 뇌신경이 퇴행해 인지기능 저하와 일상생활 영위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가족 수발자의 53%는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자였다. 또 수발자 대부분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로 시간을 줄여서 간병시간을 마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병비 증가로 경제난을 겪는 경우도 흔했다.

물론 치매라고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종류에 따라 고칠 수 있고,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매도 있다. 빨리 발견하면 그만큼 증상 완화 및 치료, 진행 억제가 쉽다.

하지만 치매의 조기발견과 치료를 가로막는 일반의 인식이 걸림돌이다. 환자들은 치매 검사나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기를 거부하기 일쑤다. 병으로 자신의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치매 검사를 권유하면 대부분 화부터 내고 보는 이유다. 보호자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 치매검사를 받게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보호자들이 많다.

가천대길병원 가천뇌건강센터장 연병길(66·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3일 “좀 더 진행이 돼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억지로 가족과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환자를 직접 설득하기가 힘들 때는 정기검진을 받아 보자고 권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환자가 계속 병원에 가기를 거부할 때는 보호자가 먼저 의사와 상담을 해보고 치매선별검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가천뇌건강센터는 바로 이럴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세계 최고 수준의 뇌과학연구원을 보유한 가천대길병원이 올해 초 개소한 특성화센터가 바로 가천뇌건강센터다.

가천대길병원은 지난 2004년 1000억원을 투자해 뇌과학연구원을 열고, 우리나라 연구중심병원 톱3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뇌 지도를 발간하고, 현존 최고 성능의 ‘7.0테슬라(T)’ 용량의 연구용 MRI도 구비하고 있다.

가천뇌건강센터는 뇌검진센터, 치매예방센터, 인지건강센터 등 3개 전문센터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뇌질환 진료 능력을 갖추고 다학제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도 갖췄다. 연병길 교수를 비롯해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3개과 11명의 교수들이 핵심이다. 여기에 전담 신경심리전문가, 작업치료사, 전문 코디네이터,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 힘을 보탠다.

이들 의료진은 뇌검진센터를 통해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뇌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목을 받고 있다. 치매 등 뇌질환의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해 제공하는 상담, 활력징후측정, 뇌 MRI, 뇌혈관촬영, 심장초음파 등 맞춤 검진 서비스가 그것이다.

치매예방센터는 이와 별도로 치매 전 단계인 건망증,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진단해 치매로의 진행을 억제해주는 곳이다. 인지건강센터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이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향상과 사회적 기능 증진을 위해 필요한 개인 맞춤 인지재활 및 인지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한다.

연 교수는 “기대수명 연장과 노인인구 증가로 노후를 어떻게 보내는가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했다”며 “우리 센터의 뇌검진 및 인지증진 프로그램은 노년기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더 이상의 진행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 연병길 교수는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중·고교를 거쳐 75년 서울의대를 졸업했다. 80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 및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고 87년 박사 학위를 땄다. 현재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겸 인천시광역치매센터장, 가천뇌건강센터장, 한국노인복지진흥재단 이사. 세계노년학·노인의학대회(IAGG)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 교수는 국립서울정신병원 일반정신과 과장(80∼85년),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및 치매예방센터장(86∼2013년)을 역임했다. 고령사회포럼 위원장(2007∼2008년), 서울시 강동구치매지원센터장(2007∼2013년),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총연합회장(2006∼2008년),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이사장(2004∼2006년) 등으로도 활동했다.

가천대길병원으로 일터를 옮긴 것은 2013년이다. 정년을 1년6개월 앞둔 때였다. 평생의 꿈이었던 지역사회 노인 정신보건사업 활성화와 치매예방 뇌검진 프로그램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도심인 서울 강동구보다 150여개 섬까지 아우르는 도·농·어촌 복합도시인 인천이 더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 교수는 국내에 몇 명밖에 없는 노인정신의학, 특히 치매관리 전문가다. 그간 연 교수가 돌본 환자들 중 치매노인만 1000여명에 이를 정도다. 그는 해외연수도 91∼92년 미국 UC샌디에이고 딜립 제스티 교수 연구실에서 치매 예방법과 노인정신의학에 대해 공부하는 것으로 채웠다. 제스티 교수는 세계정신과학회장을 지낸 정신과 분야 석학이다.

연 교수는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치매관련 평가체계를 설계한 의학자이기도 하다. ‘치매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장기요양서비스 개선방안’을 연구해 그 결과를 정부에 보고했다. ‘노인정신의학’(공저), ‘고령사회의 밝은 미래’(공저), ‘철저한 정신치료의 원리’, ‘인간과 상징’(공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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