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57> 몸의 소리를 들어라 기사의 사진
도서 ‘몸과 그늘의 미학’
인간은 몸으로 산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자기 몸 하나를 지키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몸을 통하지 않은 깨달음은 가짜다.

최근 ‘몸과 그늘의 미학’(도서출판b)이 출간됐다. 저자 이재복은 문학평론가이자 한양대학교 한국언어문학과 교수로 20여년 동안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체득한 주인공이다. 책 머리말에서 그는 말했다. ‘어느 날 정신은 은화같이 맑은데 육체가 흐느적거리는 사태를 맞는다. 정신과 몸의 이율배반은 삶과 글쓰기를 미궁 속으로 몰고 갔다.’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고 의식의 지시는 몸의 거부로 이어진 것이다. 몸이 아파보아야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몸을 살피고 모시게 된 것이다. 몸으로 육화된 말이나 글은 존재의 견고함을 신뢰하게 되었다.

이재복의 몸에 대한 사유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오랫동안 탐닉해오면서 집요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2002년 ‘몸’이 출간된 뒤 몸의 화두는 ‘비만한 이성’(2004), ‘한국문학과 몸의 시학’(2004)으로 이어졌다. 또 몸의 주제들이 숙주가 되어 ‘몸과 그늘의 미학’으로 출간된 것이다.

‘몸을 통한 에코와 디지털의 통합’ 혹은 ‘에코와 디지털의 통합된 몸’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유를 통해 오랫동안 숨고르기를 한 고심도 엿보인다. 우선 몸에 대한 사유의 대상과 범주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또 몸의 존재 넘어 생성의 차원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또 다른 재미를 안긴다. 시와 소설과 같은 문학은 물론 전통적인 연희 양식, 대중문화 양식 그리고 사회, 종교, 의학의 분야로 사유의 대상을 확장하여 몸의 지형과 의미를 탐색했다. 이러한 다양한 대상들을 통해 몸이 에코와 디지털이 통합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신선한 충동이다.

몸의 소리를 들어라. 몸이 없으면 진정한 깨달음도 없는 것이다.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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