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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巨野 2당의 1호 법안 유감

“과거 여소야대 시절의 야당 버릇 아직도 버리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보길”

[김진홍 칼럼] 巨野 2당의 1호 법안 유감 기사의 사진
새 국회가 문을 열 때마다 각 정당이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을 받아 내놓는 1호 법안의 상징성은 크다. 그 정당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지향점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가 정치적 파장까지 고려해 법안을 세밀하게 다듬는 이유다. 여야의 1호 법안을 접한 국민은 ‘앞으로 저 정당은 저런 쪽에, 이 정당은 이런 쪽에 신경을 쓰겠구나’라고 판단하게 된다. 의회 권력을 장악한 정당에 좀 더 많은 시선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이치다.

4·13총선을 계기로 국회 권력이 거대야당으로 옮겨간 20대 국회의 출발은 괜찮았다. 여야 할 것 없이 민생 우선을 내세웠다. 그러나 거야(巨野)의 두 축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제1호 법안들은 민생과 거리가 멀다. ‘왜 저랬을까, 저렇게 하는 것이 과연 당에 득이 될까’라는 생각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더민주의 1호 법안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다. 정식 명칭은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다. 더민주 의원 123명은 물론 정의당 의원 6명까지 129명 전원이 공동발의자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달 30일이면 특조위의 1년6개월 활동시한이 만료된다는 정부 방침과 달리 특조위가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배정받는 8월 초부터 시작해 1년6개월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선체가 인양돼 육상에 당도하면 1년간 조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세월호는 아직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진상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무슨 진상을 더 규명해야 한다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내분을 자주 겪었던 특조위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역량을 가졌는지도 의문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접는 게 낫다. ‘결국 대통령에게 흠집 내려는 정치공세용이었구나’라는 역풍이 불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 직전까지 조사활동 시한을 연장하려는 것도 정략으로 비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민의당이 소속 의원 38명의 서명을 받아 이른바 ‘5·18 폄훼방지법’을 1호 법안으로 낸 것 역시 유감이다. 현 정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이냐, 합창할 것이냐를 놓고 티격태격하더니 급기야 법으로 강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식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 제창하고, 5·18운동을 비방·왜곡하거나 사실을 날조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게 골자다.

5·18 정신이 계승돼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법으로 강요한다는 건 난센스다. 국민의 자발적인 공감이 먼저다. 처벌 조항은 야당이 그토록 중시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마저 있다. ‘국민의당=호남당이어서 저런 모양이구나’라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거야는 어엿한 국정운영의 한 축이다. 국회의장까지 거머쥐었다. 여소야대 시절의 야당 버릇은 이제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특히 경제 분야가 그렇다. 청년백수와 양극화·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법 마련에 발 벗고 나서도 과연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반도 정세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거야가 이념적 문제들을 중요하게 다룰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우쭐대며 민생을 등한시한 채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일에 앞장섰다간 순식간에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바로 두 달 전 총선 때 친박 중심의 여당이 참패한 것처럼.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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