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앞서 스위스에서도 지난 5일 국민투표를 벌였다. 기본임금 보장안을 부결시켜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스위스는 국민투표의 나라다. 매년 2∼4번씩 국민투표가 벌어진다. 스위스 정부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많은 이슈를 자주 국민투표에 부치는 곳이 없다”고 인정할 정도다.

불과 3개월여 전인 지난 2월 28일에도 국민투표가 있었다. 식량작물에 대한 투기적인 금융거래를 금지하자, 경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은 강제추방하자, 기혼자에게 세금우대를 적용하자, 새로운 터널을 뚫자 등 4가지 주제였다. 이 중 산악지역에 새 터널을 뚫는 방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부결됐다.

어차피 대부분 부결될 것이라면, 의회에 맡겨두지 왜 굳이 국민투표를 하려고 할까. 13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 전통과 함께, 의회의 권력도 국민이 직접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848년 제도 도입 이후 600여 차례 국민투표가 벌어졌다.

스위스의 국민투표에는 2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의회가 정한 법이 맘에 들지 않을 때 벌이는 일종의 재투표다. 의회에서 승인된 법이라도 100일 안에 5만명의 서명을 모으면 다시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두 번째는 기본임금 보장안처럼 국민이 직접 제안하는 경우다. 국민제안을 위해선 7∼27명이 위원회를 만들어 18개월 동안 10만명의 서명을 모아야 한다. 서명을 다 모아도 다시 투표에 부쳐지기까지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투표 결과는 지역별(칸톤)로 공개된다. 투표 과반수만 아니라 전체 26개 지역 중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채택된다. 투표율은 그다지 높지 않아 평균 40% 정도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예전보다 서명을 모으기가 쉬워졌고, 찬반양론이 나뉘면 서로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캠페인 비용을 크라우드펀딩 형태로 모으기도 한다.

스위스 정부도 은근히 부담스러워한다. “국민제안에는 평균 15만 스위스프랑(약 1억8000만원)의 캠페인 비용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신중해야 한다”고 국민에 당부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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