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안충영] 파리에서 본 한류 열풍 기사의 사진
며칠 전 파리를 다녀왔다. 동반성장위원회와 CJ그룹이 공동 주최하는 KCON 한류 행사와 중소기업 제품의 판촉행사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찾은 파리는 예전의 기억과는 달리 어수선했다. 30년 만에 세느강이 범람 위기에 처하고 노동법 개정에 대한 반대 시위로 거리는 혼잡했다. 승용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두 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경적소리 하나 없이 차분하게 대응했다.

40년 전 파리에 처음 갔을 때 필자가 받은 문화적 충격은 엄청났다. 루브르박물관과 베르사유궁전을 보고 그들의 문화적 저력과 자긍심에 놀랐다. 프랑스를 문화대국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국력은 문화에서 나온다는 표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뒤 프랑스가 지닌 문화의 힘을 확인할 때마다 부러웠고, 우리도 언제 프랑스처럼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도착 다음날 KCON이 열리는 베르시(Bercy) 행사장을 둘러봤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놀랍게도 수천명의 인파가 긴 줄로 서 있었다. 인파 행렬은 행사장을 한 바퀴 돌고 옆에 있는 숲을 가로지르는 장관을 연출했다. 오후 8시 열리는 K팝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유럽 사람들이 몰려들어 격세지감을 느꼈다. KCON 행사는 파리에서 처음 열렸지만 입장권이 매진됐고 무려 1만3000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2012년 미국에서 열린 KCON 행사 이후 중국 일본 등에서 우리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현지 완판은 물론 온라인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유럽은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고 상대적으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번 행사에 관심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공연 당일 아침 빗속에서도 줄지어 선 열기에서 보듯 말끔히 사라졌다. 공연은 시작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한류스타들의 무대인사에 이어 아리랑 합창이 시작되면서 관중은 열광했다. 현대적 감각을 살린 아리랑이 끝날 무렵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국빈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소개되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2시간에 걸친 공연 동안 한류스타의 노래와 다이내믹한 춤이 끝날 때까지 관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이번 KCON 행사는 세계문화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한류 열풍을 몰고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프랑스가 어떤 나라던가. 문학철학 미술 음악뿐 아니라 빵과 치즈, 와인 등으로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높고 세계를 상대로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니던가. 이런 나라의 수도 한복판에서 우리 노래와 춤사위에 열광하고, 많은 프랑스인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광경에서 우리 문화 수출의 서막이 활짝 열렸다는 걸 볼 수 있었다.

공연장 바로 옆에 마련된 중소기업 부스에 전시된 제품 가운데서 젊은 벤처 기업인이 개발한 건강기능체크 기기가 주목을 끌었다. 손목시계처럼 차고 다니는 이 제품은 신체의 여러 기능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으로 프랑스인들이 관심을 보였다. 미용 관련 제품 등 40개 중소기업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는 유럽인들에게서 우리 중소기업 수출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

파리에서의 KCON 행사는 K팝 공연을 비롯해 한국 문화와 한국 기업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임으로써 한류를 활용한 새로운 수출의 돌파구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류의 유럽 확산을 이끌며 ‘K컬처’의 도화선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하반기 미국에서 열리는 KCON 행사가 우리 문화를 확산시키고 수출의 새로운 모델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안충영(동반성장위원장·중앙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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