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유승민의 사회적경제 기사의 사진
영화 ‘대부’의 ‘콜레오네 패밀리’처럼 이탈리아인들은 마피아 조직도 ‘가족’이라 불렀다. 스페인에는 “진짜 가난한 건 가족이 없는 사람”이란 격언이 있다. 가족의 끈끈한 정도는 유럽을 양분한다. 학자들은 지중해에 접한 남쪽 유럽(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을 ‘강한 가족사회’로, 북쪽 유럽(영국 베네룩스 스칸디나비아 등)을 ‘약한 가족사회’로 구분한다.

1990년대 인구조사에서 스페인·이탈리아는 25∼29세 남성의 65%가 부모와 살고 있었다. 영국은 20%에 불과했고, 더 북쪽의 스웨덴·노르웨이는 훨씬 낮았다. 노후에 자녀와 같이 살겠다는 부모의 비율도 마찬가지였다. 남쪽 유럽에서 가족의 중요한 역할은 취약한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이다. 청년기·노년기의 경제적 약점을 가족이 함께 해결한다.

2011년 재정위기 당시 스페인 청년실업률은 45%가 넘었다. 그 사회가 유지된 건 부모들이 자녀의 고통을 분담해준 덕이었다. 영국에서 이런 수치가 나왔다면 혁명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가족의 울타리가 그리 튼튼하지 않다. 그럼 취약한 구성원은? 공동체의 몫이 됐다. 스웨덴에서 촘촘한 복지제도가, 영국에서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가 발달한 건 남쪽 유럽에서의 가족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했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영국이 취약계층을 위해 찾아낸 ‘가족의 대체재’는 큰 차이가 있다. 스웨덴은 아예 정부가 맡은 반면 영국은 민간 기구를 활용했다. 필요한 일이란 생각은 같은데 한쪽은 세금 들여 하고, 다른 쪽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한다. 사회적경제는 이렇게 ‘작은 정부’를 지키려는 우파적 논리를 토대로 성장해 왔다. 영국에 사회적기업거래소가 등장한 것도 보수당 정권에서였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을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하겠다고 한다. 새누리당 시절 보수 진영에서 ‘좌파적’이란 비판을 받고 무산됐던 법안인데, 굳이 다시 하겠다는 걸 보니 그는 정말 보수주의자다.

태원준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