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윤성규  환경부 장관 “미세먼지·살균제 교훈, 환경강국 발판 삼을 것” 기사의 사진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미세먼지 대책,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가습기 살균제 대책 등 환경 관련 이슈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장관은 “환경부는 기본적으로 돌멩이를 던지는 부서지만, 10년 20년을 대비하는 부서”라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요즘 괴롭다. 최근 몇 달간 그에게 날선 비판들이 쏟아졌다. 미세먼지에 경유차에 가습기 살균제에 페브리즈까지 민감한 현안들이 그의 소관이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윤 장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 장관은 ‘힘드시겠다’는 위로에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고 있다’는 말에는 “정신 차려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결국 경유차가 문제라는 건가.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하면서 ‘APEC 블루’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공장 세우고 차량을 통제했다. 우리도 88서울올림픽 때 그런 식의 조치를 했다. 그때 대기질이 좋았다. 전문가그룹이 여러 기법을 통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수도권은 기본적으로 경유차 배출가스가 미세먼지의 29%에 달한다. 우리가 경유차 24∼25종을 대상으로 실도로 측정을 해보니 1종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몇 배씩 초과 배출했다.”

-경유차 운전자들이 주범이라는 얘기인가.

“경유차 소유자가 주범이겠는가. 경유차가 주범이다. 차주가 차를 만든 게 아니지 않나. 국가가 인정한 차를 샀을 뿐인데. 경유차 소유주가 범죄자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잠재적 환경오염 배출자가 된 거다. 물론 이는 합법적 지위다. 경유차를 가진 분들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운전을 계속할 수 있다.”

-경유차 규제를 풀어준 건 정부 아닌가.

“2005년을 기점으로 경유차 판매량이 늘었다. 그전에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의 경유차 제작 기술이 떨어졌기 때문에 법령으로 경유차 진입을 막았다. 어떻게 막았느냐면 휘발유차 기준을 적용했다. 외국업체들이 국내에 경유차를 들여오지 못했다. 그런데 국내 제작사들이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갖추다보니 2003년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2005년 경유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이 이뤄졌고, 동시에 경유차 기준을 현실화시켰다. 기준을 열어주니 경유차들이 들어온 거다.”

-이제 그걸 다시 닫겠다는 건가.

“닫는다기보다 환경과 연비 둘 다 충족하라는 거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휘발유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가 가장 강한 기준을 적용한다. 경유차는 유럽 기준이 가장 강하다. 우리 경유차 적용기준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유럽연합(EU) 기준에 맞췄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도 그 기준에 맞추라는 거다.”

-현대·기아차가 그 수준까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강자만 살아남는 거죠. 실도로 측정에서도 한 차종(BMW)은 기준을 준수했다. 얼마든지 기준을 맞출 수 있다. 연비와 환경 둘 다 강해야만 시장을 점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놓고 자동차 제작사 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거라고 본다. 현대·기아차도 국내시장만 보지는 않을 거다. 어차피 해외시장을 봐야 하는데 그걸 못하면 거대기업으로 지탱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풀어주고는 다시 규제를 강화한다?

“더 청정한 경유차를 만드는 계기가 될 거다. 88올림픽 때 휘발유차에 삼원촉매장치를 붙이게 했다. 당시만 해도 유연휘발유를 쓰던 때다. 업계에서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엄청난 인프라를 깔아야 하고, 자동차 제작사의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88올림픽이란 시대적 과업 때문에 밀어붙였다. 그게 오늘날 우리가 자동차 강국이 된 하나의 발판이 됐다고 본다. 경유차 규제기준이 높아지면 업체들은 새로운 좋은 차를 만들어낼 것이다.”

-2005년 경유값 인상 당시 2년 정도 논의됐다. 2018년이면 경유값이 인상되는가.

“예단해서 말하긴 어렵다. 올해부터 4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연구를 시작할 거다. 2003년 이미 다뤘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짚어야 하는지 맥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충격적인 사안이다. 이전 정부에서 일어난 일인데 혹시 억울한 건 아닌가.

“장관직에 있으면 억울하거나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한다. 과거 담당자들도 억울한 건 마찬가지일 거다. 당시에 이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겠는가.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이게 이렇게 위험한 건지 몰랐다. 어디에서도 그런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고, 문제제기가 되지 않았으니 제대로 된 규제를 못했다.”

-우리나라만 위험성 경고 자료가 없었다는 건가.

“외국에도 없었다. EU도 살생물제 관련법을 2010년 넘어서야 만들었다. 2008년에는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그렇게 갈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들이 나와 직접 규제하는 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 가습기 살균제가 등장한 게 1994년인데, 당시에는 EU도 그런 조항이 없었다. 너무 큰 희생을 치르고 알게 된 거다.”

-2005년부터 경고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2006년쯤 괴질 환자들이 서울 아산병원이나 서울대병원 등에 입원했다. 의사들도 처음에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으로 보고 접근했다. 바로 화학물질이라고 족집게처럼 집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게까지는 되지 못했다. 2008년쯤에 그런 의혹이 제기됐고, 2011년에서야 비로소 역학조사와 동물실험이 이뤄졌다. 정부기관 어느 곳도 그걸 확인하고 검토하지 못했다.”

-모두 다 무지했다는 의미인가.

“그런 시간이 너무 오래였다. 이런 걸 관리해야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정말 비싼 비용을 주고 얻었다.”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기 어려운 건가.

“정부가 쩨쩨하게 지원 좀 해주지 안 해주느냐. 왜 정부가 피해자 구제에 인색하게 구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재단해버리면 피해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낸 배상소송에서 질 수도 있다. 인색하게 안하고 폭넓게 했다가 재판 가면 몽땅 다 질 수도 있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혹시 집에서 가습기와 페브리즈를 쓰는지 궁금하다.

“집사람이 한동안 가습기 살까 말까 고민하다고 결국 안 샀다. 저는 페브리즈를 안 쓰는데, 우리집 작은 놈은 많이 쓴다.”

-정부 부처들이 모이면 환경부는 좀 구박받는 부서일 텐데.

“다른 부서에서 볼 때 우리는 기본적으로 돌멩이 던지는 부처라서. 환경문제는 10년 20년을 앞두고 미리 대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환경부는 ‘쓸데없는 녀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 신경 쓰지 않으면 아주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강조하고 싶다.” 남도영 사회부장 dynam@kmib.co.kr

■ 윤성규 장관은
불도저 추진력… 朴정부 최장수 장관


박근혜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현재까지 환경 부문 컨트롤타워를 담당하고 있다. 윤 장관은 정통 환경관료 출신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환경 전문가로 통한다.

1956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공업전문고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건설부 7급 공무원으로 처음 공직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 기술고시에 합격해 문화공보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다 1986년 환경부 전신인 환경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폐기물정책과장, 폐수관리과장, 수질보전국장, 환경정책국장, 국립환경과학원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 환경부 외청인 기상청 차장 등을 맡기도 했다.

기상청 차장에서 물러난 뒤 한양대 환경공학연구소 교수로 재직하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 박근혜 후보의 환경 공약을 입안한 것을 계기로 장관에 발탁됐다.

업무 스타일은 ‘꼼꼼하다’ ‘불도저 같다’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환경부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한 터라 각 부서의 세세한 업무는 물론 통계 수치들도 대부분 꿰고 있다. 꼼꼼함과 강력한 업무 추진력 때문에 환경부 내에서는 ‘독일병정’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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