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회 부목회자 “언어 폭력에 웁니다”

목원대 노성동 교수 16명 면담 결과

일부 교회 부목회자 “언어 폭력에 웁니다” 기사의 사진
“이 따위로밖에 못해? 나이는 많아가지고….”

담임목사는 최근 김모(45) 목사를 또 질책했다. 보고서 형식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에서다. 분명 지난번 지적한 내용을 보완했지만 소용없었다. 꾸중할 때마다 습관처럼 하는 ‘나이는 많아가지고’라는 말에 김 목사는 뒤늦게 신학공부를 시작한 본인의 처지를 원망했다.

박모(38) 목사는 성도들 앞에서 교육부장 장로로부터 “평신도보다 못한 놈”이라는 말을 들었다. 설교 중 인용한 성경구절의 장(章)을 잘못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즉시 바로 잡았지만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일부 부목회자들이 언어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목원대 학생상담센터 노성동 교수가 최근 37∼57세, 목회경력 3∼12년의 남녀 부목회자 16명을 면담한 결과다. 면담에 참여한 부목회자들은 담임목회자와 교회중직자, 평신도로부터 무시, 인격모독, 비난 등의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담임목사로부터는 “잘라버린다. 여기서 나가면 갈 곳은 있냐?” “여자가 무슨 설교냐” 등 비인격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했다. 목회관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주 이유다. 교회중직자들은 부목회자들을 마치 부하직원 다루듯 인격모독을, 평신도들은 생각의 차이를 이유로 비난과 욕설을 했다. 심지어 같은 부목회자 사이에서도 학벌 등을 이유로 무시를 당했다고 호소한 이도 있다.

노 교수는 이들이 언어폭력으로 위축돼 자괴감에 빠지고 수치심을 느껴 목회현장을 불안하고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부인(否認)’ ‘전치(轉置)’ 등의 부정적인 ‘방어기제’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방어기제란 정신분석 용어로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다.

노 교수는 “면담에 참여한 일부 부목회자들은 스스로가 상처받고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부인의 방어기제를 보였다”며 “회피하거나 도망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결국 도움을 주려는 손길마저도 거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치는 책임을 다른 대상에게 돌리는 것이다. 면담에 참가한 한 목사는 “나를 힘들게 한 성도에 대한 격한 감정을 설교에 담아 다른 성도들을 정죄하는 내용의 설교를 했다”고 고백했다.

노 교수는 “담임목회자와 성도 중 상당수는 부목회자들을, 그들의 감정을 해소하는 약소한 존재로 여긴다”며 “부목회자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회복상담 프로그램과 체계적 돌봄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실질적 대안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부교역자들은 법률상 지위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회에서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들의 권위와 존엄을 보호하고, 의무와 권리를 보장하는 사전계약서 작성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윤실은 지난 10일 신학자·목회자·법률가가 만든 부교역자 사역계약서 모범안(국민일보 13일자 26면 참조)을 발표한 바 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세계교회들 “증오를 멈추고 기도하자”
▶[소울터치] “남들과 눈높이가 다를 뿐” 등에 얼굴 붙은 사나이
▶[내 신앙의 나침반24]표인봉 “이성미 선배와 박영선 목사, 존경해요”
▶[소년이 희망이다] 조폭이 키우려던 소년, 강력계 형사를 꿈꾸다
▶[20대 국회 기독의원 릴레이 인터뷰] “창조질서 위한 생명 캠페인… 이단 방지 종교실명제 필요”
[국민일보 미션페이스북 바로가기]
[국민일보 미션홈페이지 바로가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