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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축제 사이] <25> 예술인이 봉인가

[축제와 축제 사이] <25> 예술인이 봉인가 기사의 사진
필자 제공
한국의 축제는 외부 전문 업체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입찰 심사나 현장 평가, 콘텐츠 기획·자문 역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축제 현장을 다니다보면 불쑥불쑥 화가 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예술가에 대한 아주 못된 인식 같은 거다. 조금만 신경쓰면 얼마든지 예산을 아낄 수 있는 철제 무대와 부스, VIP 대기실 설치 등에는 넘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예술가 출연료에 대해선 그렇게 야박할 수가 없다.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을 텐데 “예산이 부족해서요∼”라면서도, 속내는 “그래도 출연할거잖아!”이다. 그들의 열악한 환경을 이용하는 듯해 더욱 씁쓸하다.

예술가의 출연 섭외는 진행 스태프의 몫이다. 일반적으로 예산 절감을 위해 인건비나 홍보비를 줄이는 게 우선인 데다 출연료를 높게 책정해 예산서를 올려도 반려되기 일쑤여서 행사에 참여하는 예술가의 인건비는 항상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예술가에게만 수시로 날아드는 재능기부는 웬말인가. ‘사회에 도움 되는 일’ 운운하며 툭하면 재능기부 공연을 무료로 부탁하는 일은 제발 그만했으면 한다. 요즘의 재능기부는 기획의 한계로 사람들에게 공연예술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예술가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런 재능기부는 ‘무료 공연, 열정페이’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예술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인정하면서 비용 지불에 인색한 것은 분명 모순이다. 화가 나고 서운하면서도 예술인들이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금액의 크고 작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이런 행태가 얼마나 화가 날까. 절약할 때 절약하지 못하고 엄한 예술인 인건비나 후려치는 관료들에게 영화 ‘친구’의 대사를 빌려 예술인의 심경을 토로하자면 이런 게 아닐까. “니가 가라 재능기부.”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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