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박정태] 성과연봉제 위법성, 사법부가 판단해야 기사의 사진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큰 파장을 낳았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상여금이든 수당이든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례를 남겼다. 1988년 제정돼 사업장에 통용돼 왔던 정부의 통상임금 산정 지침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간 정기상여금과 고정적 복리후생금은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고 배웠는데 말이다.

올해 가장 주목되는 노동판결도 행정해석과 관련이 있다. 바로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에 관한 사건이다. 2004년 주5일 근무제에 따라 노동시간이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바뀌면서 불거진 문제다. 휴일근무 시 가산수당 50%를 주는 것은 물론 연장근무에도 해당되므로 50%를 더 얹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부 해석에 따르면 중복할증은 안 된다. 근데 사법부 판단은 다르다. 서울고등법원이 5건의 사건 중 4건에 대해 중복할증을 인정했다. 연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역시 중복할증을 인정하면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도 뒤따를 것이다. 이처럼 정부 지침은 영향력이 큼에도 업무처리 기준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 사법부가 그게 아니라고 손을 내저으면 지침은 한순간 휴지조각이 된다.

통상임금과 중복할증은 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은 정부 신뢰와 법치주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성과연봉제는 올 초 발표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에 따라 강행돼 120개 공공기관이 도입했으나 위법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20개 기관 중 절반가량이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도입한 탓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14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이뤄냈다”며 자화자찬했으니 한심스럽다.

물론 성과연봉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노사합의 없는 도입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해 법적으로 문제가 많다. 정부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성과연봉제는 임금총액이 감소하지 않고, 다수가 수혜 대상이라는 점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로섬 방식의 연봉제 도입은 누군가가 기존보다 적은 임금을 받게 되는 등 근로자의 이익과 불이익이 혼재하며, 이 경우 원칙적으로 불이익 변경에 해당돼 노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례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성과연봉제가 노동관계법상 무효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놨다.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이 제기되면 정부가 패소할 확률이 훨씬 높다.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한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워크숍 보고용에 다름 아니다. 정부로선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시행해선 안 된다. 그게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역대 어느 정부도 ‘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한 헌법과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부정하진 않았다. 한데 박근혜정부는 ‘태양의 후예’도 아닌데 그걸 해낸다. 왜? 설령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게다. 대법원까지 올라가 확정 판결이 나오는 사이 현 정권 임기는 끝난다. 그때 사법부가 ‘무효’라고 하고 사회적 후유증이 생겨도 지금의 경제부총리, 고용노동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성과연봉제를 무조건 거부하는 노조도 무책임하지만 정부 역시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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