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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고등어와 미세먼지

[사이언스 토크] 고등어와 미세먼지 기사의 사진
고등어구이. 위키피디어
고등어의 수난시대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 극히 일부인 생물성연소의 대표적 주범(?)으로 오인되어 이들의 신세가 처량하다. 전통의 종로 피맛골이 사라진 이후 맛난 고등어구이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세상에서 무척이나 그리운 맛인데 미세먼지와 엮이다니, 서민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나 고등어의 포획, 채취가 허락되지 않는 금어기가 종료되어 첫 출어를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내용의 발표가 전해졌으니 어민들은 당혹스러울 것이다.

고등어는 우리 민족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일상생활과 관계가 깊어 그 이름도 다양하다. ‘고등’은 등이 둥글게 부풀어 솟아오른 체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이 같은 체형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고도어(古刀魚)로, 재물보에는 고도어(古道魚)로 기록되어 있다. 갈치나 꽁치처럼 일반적으로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치’로, 비늘이 있는 물고기는 ‘어’로 불렸다는 설을 고려한다면, 광어나 고등어처럼 비늘이 없는 물고기가 ‘어’로 끝나는 이름을 지니게 된 것은 아마도 기록상의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거 한자문화권 시절 이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많은 물고기들이 아름다운 한글이름을 상실하고 한자음을 빌려 개명되었을 것이다. 멸치를 멸어, 정어리를 증울로, 경남지역의 넙치가 서울 경기지역에서 광어라는 한자음으로 불리는 경우가 이를 반증한다.

우리나라 물고기 중 약 45%는 ‘치’ ‘어’ ‘리’로 끝나는 이름을 지니고 있으니 이들 중 ‘어’자를 지닌 일부 종은 순수 한글이름을 상실한 셈이다. 한문을 익힌 양반들이 주로 ‘어’자로 끝나는 비싼 생선을 즐겼기 때문일까, 비늘 없는 생선을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 유교적 풍속이다.

비늘 없는 고등어 치어가 ‘고도리’임을 보면 성어의 순수 한글이름은 ‘고등치’가 아니었을까. 한글이름을 잃고 개명의 아픔을 지닌 이 물고기가 21세기에 미세먼지 논란의 중심에 놓였으니 가련하다 싶다. 사람과 비슷한 청력을 지닌 어류의 귀는 다른 척추동물과 달리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단순한 구조로 머리 속에 있어 외형적으로 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이번 일로 고등어가 ‘어이(魚耳)가 없음’이라 말하는 듯하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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