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67)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삶의질향상클리닉] 치료 넘어 삶의 질 ‘업’ 기사의 사진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삶의 질 향상 클리닉’의 주요 의료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민경 코디네이터, 정신건강의학과 윤소영 전문의, 정석훈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서정훈 교수, 재활의학과 전재용 교수, 최종경 전문의, 양윤정 코디네이터, 가정의학과 임지선 전문의, 이정아 교수,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삶의 질 향상 클리닉 책임교수), 김정은 교수, 예방의학과 김화정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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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생존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암 진단 및 치료기술 발달 덕분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평균 69.4%이다.

암은 더 이상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이 아니란 얘기다. 현대의 암 치료가 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쪽으로 나가는 이유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이 여러 ‘삶의 질 향상 클리닉’ 팀을 운영하며 암 환자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내 어느 병원보다도 더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은 특히 암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수면장애와 스트레스를 적극 관리해줌으로써 환자의 치료 의지를 북돋워주고, 암성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일을 한다. 암 치료 후 재활훈련과 재발 및 전이 예방, 만성질환 관리도 이 팀에서 도와준다. 가능한 한 빨리, 암 발병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 삶의 질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다.

암 환자 수면장애 클리닉

암 환자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수면장애를 겪는다. 암 환자 수면장애 클리닉은 각 진료과목과 연계해 수면장애의 주원인이 암 자체로 인한 것인지, 암 치료 중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인지를 파악해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처방해주는 곳이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20일 “힘든 암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수면장애는 암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암 치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므로 발생 즉시 적극적으로 치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암 스트레스 클리닉

암 투병은 불확실성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암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나 투병 환자들은 늘 근심이 많고 불안해한다. 전이·재발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초조해하는 경우도 많다. 가슴 두근거림과 답답함, 숨 가쁨, 어지럼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암 스트레스를 잘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환자 스스로, 자신의 심리상태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순서다. 암 스트레스 클리닉은 암 환자들이 암 치료를 하는 중에 가족한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마음 속 말들을 쏟아내 ‘심화’(心火)가 쌓이지 않게 해주는 곳이다.

암 재활 클리닉

암이 진행되면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신체기능 저하를 비롯해 치료 중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예측, 증상 발생과 동시에 의료진이 개입해 곧바로 진압하는 것이 암 재활 클리닉의 목표다. 암 수술 후 흔히 나타나는 림프부종의 관리 및 재활치료, 폐암환자를 위한 호흡재활 프로그램, 암 환자를 위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등이 준비돼 있다.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암성 통증 클리닉

“통증이 없을 때 나는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한 장기생존 암 환자의 고백이다. 암성 통증이 암 환자의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진행 암 환자의 경우 64%가 통증을 경험하고, 이중 약 43%는 통증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대호 ‘삶의 질 향상 클리닉’ 책임교수는 이를 위해 암성통증 클리닉에 특별히 종양내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교수진의 협진 시스템을 구축했다. 약물치료, 중재적 통증 치료, 방사선 치료, 물리요법, 인지요법 등 환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통증 완화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시행해 포괄적 통증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암 평생관리 클리닉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암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을 관리해주는 곳이다. 완치판정 순간은 짧지만 2차 암 또는 재발 암에 대한 관리는 평생 이뤄져야 한다. 암 재발예방 관리와 2차 암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들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 클리닉

암 환자들 역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다. 만성질환 클리닉은 암 환자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개인 사정에 맞게 동반질환을 관리해주는 곳이다.

이 교수는 “암 발생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 및 생활 습관을 같이 교정해줘야 만성질환 관리가 쉬워지고, 암 환자들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대호 교수는

1994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2001년과 2007년,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 폐암 전문의를 거쳐 2006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에서 일하고 있다. 2010년 3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를 방문, 최신 폐암 치료법에 대해 연구하고 돌아왔다.

현재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부교수 겸 암병원 삶의 질 향상 클리닉 책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종양내과는 진행 단계 암 환자가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삶의 질이 중요한 이유다.

이 교수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일을 계기로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의사가 된 후에는 항암치료가 어려운 폐암과 흑색종, 원발미상암 등을 전문 진료 분야로 삼고 유전체 맞춤 암 치료, 임상시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동안 치료가 성공적인 경우도 많았지만, 손쓰기 힘든 말기 암의 경우 마지막까지 힘든 항암치료만 계속하다가 삶을 마감한 환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사로서 조금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치료를 포기하라고 권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이 교수가 '삶의 질 향상 클리닉'에 애착을 갖고 정성을 다하는 배경이다. 그는 "삶의 질이 좋아지면 좀 더 적극적으로 암 치료에 임하게 된다"며 "궁극적으로는 치료 결과에도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료실에서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환자에게 직설적 화법을 구사한다. 환자들이 치료법을 선택할 때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다. 겉으로는 퉁명스러워 보여도 환자들과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수시로 통화하는 것을 보면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이 교수는 암 생존자 또는 암 경험자들이 삶을 마감할 때까지 종합관리를 받을 수 있는 '토털 케어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병의 경중과 시기, 환자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를 암 환자 진료 현장에서 구현하는 게 목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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