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재훈] 중국 제품에 45% 관세를? 기사의 사진
미·중 무역 불균형이 확대된 이후 미국에선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가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다. 금년에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상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 일자리와 부를 빼앗아가고 있으므로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서슴없이 얘기한다. 역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될 힐러리 클린턴은 중국 여성인권 문제를 언급하는 데 그치지만 버니 샌더스는 중국 때문에 줄어든 일자리와 환율 조작을 거론했다. 그러나 미 언론은 경제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동의하지 않고 객관적 입장을 견지한다. 뉴욕타임스가 “중국 제품 수입이 위축되면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손해다. 중국 제품 대부분은 미국 또는 여타 나라 부품을 사용해 제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게 좋은 예다.

우리에게 중국은? 2004년 철근 등 건축용 자재가 부족한 극심한 원자재 파동을 겪었다. 국내 고철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런데 1년 후 중국산 철근이 인천부두에 대량 하역되자 원자재 파동은 일거에 사라졌다. 그때까지 국내 조선업계가 매년 겪는 애로사항은 조선용 강판 물량 확보였는데 이 또한 비슷한 시기에 해소됐다. 지금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과 우리 철강업계의 불황은 중국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타 제조업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중국보다 우위에 선 제조업 분야가 없다고 할 정도다. 반도체도 앞으로는 비메모리가 주력인데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감안할 때 몇 년 못 버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IT산업은 어떤가. 레노버는 미국의 GE 가전부문을 인수했고 화웨이, 샤오미 등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이미 5위 이내로 진입했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가 아닌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 가치를 견인하는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BAT맨 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3대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600조원에 달한다. 구글이 390조원, 삼성전자가 190조원이니 중국 기업들의 성장이 놀라울 뿐이다. 특히 중국 IT 기업은 13억 인구라는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의 서비스를 자국 환경에 맞게 재설계하는 기민함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경제 교류를 시작한 4반세기 동안 사정이 이처럼 급변했다. 앞으로 4반세기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한·중 수교 이후 확장일로의 양국 관계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경제가 어려우면 우리 수출이나 성장도 어려워지거나, 중국이 힘들면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고 여기는 단선적 사고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첫째 우리만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틈새시장이나 비교우위 분야에서 독자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조선업이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지만 용접기술의 정도(精度)나 납기를 엄수하는 생산력은 중국이 쉽게 따라오지 못한다. 둘째 새로운 산업 포트폴리오를 짜는 일도 중요하다. 신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 기술개발 동향과 국내외 시장 전망은 물론 중국의 미래 움직임을 주시하고 이를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독일 인더스트리 4.0, 미국 IIC(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 등과 같이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적극 도모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3.0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중국 때리기’를 할 형편이 못 된다면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상생(相生)의 관계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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