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남북청년들, 한데 어울려 일하며 ‘통일연습’ 합시다”

北이탈주민 출신 첫 사회적기업가 박요셉 요벨 대표

[예수청년] “남북청년들, 한데 어울려 일하며 ‘통일연습’ 합시다” 기사의 사진
박요셉 요벨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의 카페 ‘스페이스 요벨’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15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의 한 건물에서 ‘커넥팅 더 닷츠(Connecting the Dots)’란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탈북민의 정서·경제적 자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는 자리였다. 전국에서 온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두부밥 등 북한음식을 맛보며 자유롭게 토론했다.

이날 행사를 이끈 사람은 북한이탈주민 출신 1호 사회적기업가 박요셉(34) 요벨 대표다. 요벨은 박 대표가 탈북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 2014년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회사를 세운지는 2년밖에 안됐지만 박 대표는 탈북민 커뮤니티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국내외 친구들의 ‘인증샷’ 요청에 응하느라 바쁜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탈북청년, ‘제3의 공간’에서 위로받다

12년 전 한국 땅을 밟은 그는 남한사회 적응과정에서 자존감이 바닥까지 낮아지는 걸 경험했다. 17세에 홀로 중국으로 건너가 동남아를 거쳐 한국에 오기까지 노점상, 웨이터 등 생존을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지만 남한살이는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었다. 친해질수록 자신과 남한 사람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졌다. 이는 2006년 건국대 수의학과 입학 후 기독교 동아리에서 겪은 일을 계기로 더욱 확고해졌다.

“수련회에 북한선교 부스가 설치돼 있기에 ‘북한에서 왔는데 도울 일이 있느냐’고 물었죠. 몇몇 학생이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하더군요. ‘혹시 간첩 아냐?’ 북한이탈주민은 남한 사람들이 말하는 ‘우리’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는 걸 이때 알았습니다. 설령 그게 기독교 모임이라도 말이죠.”

닫혔던 마음을 열어 준 건 외국인 친구들이었다. 룸메이트였던 미국인 선교사와 북한선교를 준비하던 유학생들은 그를 편견 없이 친구로 대했다. 이들과는 북한의 가족과 음식 등 그리운 고향 이야기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남한사회에서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닌 외국인과 지내며 마음의 위로를 얻은 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박 대표는 이들과의 만남을 ‘제3의 공간’이라 불렀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그곳에서 그는 신앙을 키웠고 지금의 사업을 구상했다.

“한국 생활을 되돌아봤을 때 저를 존중받는 인격체로 느끼게 해준 건 ‘제3의 공간’뿐이었어요. 남한사회 적응을 어려워하는 탈북청년들이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도 ‘제3의 공간’이 있다면 자존감과 자립심을 높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지요. 이를 사업으로 구체화한 게 요벨입니다.”



남북한 청년이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꾸며

2013년 대학을 졸업한 박 대표는 이듬해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을 돕는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는 목표로 요벨을 세웠다. 요벨은 히브리어로 ‘희년’을 뜻한다. 개신교 수도공동체 예수원에서 배운 ‘희년정신’에서 영향을 받았다.

“사업 시작 전 예수원에서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 누가복음 4장 18∼19절이에요. 북한이탈주민과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해’를 선포하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에서 지었습니다.”

첫 사업 아이템은 ‘사내 카페’다. 요벨은 현재 경기도 용인과 서울 용산구의 IBK기업은행에서 사내 카페를 운영하며 탈북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1월에는 이곳에서 일하는 탈북청년을 카페 대표로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카페만으로는 탈북청년 자립에 역부족이었다. 서비스업에 익숙하지 않아 고객 응대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청년이 적지 않아서다. 대안은 ‘친환경 농업’이다. 탈북청년 대부분의 고향이 농촌이라 농사에 익숙하다는 데 착안했다. 도시보다 농촌의 비율이 높은 북한에 통일 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자립모델이란 점도 한몫했다. 박 대표는 최근 하와이의 한 농가에서 친환경 농업기술을 배워왔다.

박 대표는 통일을 위해 뜨겁게 기도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남과 북, 디아스포라 청년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어 주길 기대했다.

“탈북청년에겐 장학금보다 남한이나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통일연습’을 해보는 게 더 중요해요. 70년간 다르게 살아온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될 때 비로소 통일이란 선물이 주어진다고 믿습니다. 한국교회가 이런 인재를 키우는 데 적극 나서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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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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