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를 숭례문에서 훈민정음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96년 김영삼정부 때 대한민국 국보1호를 조선 총독이 지정한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국보 1호에서 해지하려고 노력했다. 2005년에는 감사원이 국보 1호 해지를 권고했고, 문화재청장도 훈민정음으로 교체를 희망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문화재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대 이유는 ‘혼란을 준다’는 것이었는데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만 여러 단체들이 서명운동을 벌여 문화재청에 ‘국보 1호 숭례문 해지 및 변경 요청서’를 제출했고, 이번엔 훈민정음 해례본의 국보 제1호 지정에 관한 청원서가 20대 국회 제1호 청원으로 접수됐다.

숭례문은 일제 강점기인 1934년 조선총독부가 ‘조선 중요 문화재 보존령’을 내려 보물 제1호로 지정됐다가 1962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이미 지정된 보물을 국보와 보물로 나누어 지정하면서 국보 제1호로 되었다. 국보 제1호가 일제의 잔재냐 아니냐를 떠나서 온 세계에 자랑할 만한 1등 문화재의 가치가 있느냐를 우선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훈민정음이 국보 제1호가 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상징성에 있다. 문화재의 지정번호는 가치의 높고 낮음을 표시한 것이 아니고 지정된 순서를 말한다고 하지만 제1호에 대한 상징성은 우리 국민이 느끼는 자긍심이나 대외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다.

지구상의 문자 가운데 한글은 분명한 탄생 기록이 있는 유일한 소리글자로서 24자모의 조합으로 무려 1만1172개의 소리값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니까 한글은 세계 어느 민족의 말도 소리 나는 대로 거의 다 적을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자다. 속도가 생명인 정보화시대에도 컴퓨터나 휴대전화기 등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우수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유네스코에서는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국보의 지정번호를 바꾸면 다른 국보와의 연관성 등 혼란이 오고 예산이 많이 든다고 하지만 국보 1호인 숭례문과 70호인 훈민정음을 맞바꾸면 혼란이나 예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에는 국회와 문화재청의 올바른 판단으로 심사와 행정 절차를 거쳐 간송미술관 소장 ‘훈민정음(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해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

구법회 한글학회평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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