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쿠바 국영TV 사장도 뽀로로 알고 있어 韓流 신기” 기사의 사진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가 지난 13일 경기도 판교 아이코닉스 본사 로비에 있는 뽀로로 캐릭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100년을 앞둔 디즈니 캐릭터처럼 뽀로로를 롱런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아이들 사이에서 ‘뽀통령’(뽀로로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 뽀로로는 세계 곳곳으로 영토를 확장해 가고 있다. 웬만한 애니메이션은 기억에서 금방 잊혀지지만 ‘뽀롱뽀롱 뽀로로’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고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뽀로로를 제작하는 아이코닉스는 지난달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에 콘텐츠 제작업체로 처음 포함됐다. 뽀로로를 탄생시키고 13년간 키워온 최종일(51) 아이코닉스 대표를 지난주 경기도 판교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요새 뽀로로가 유튜브에서 인기가 높다던데, 어떤 변화가 있나.

“뽀로로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중에서 조회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타요를 포함한 조회수는 월 기준 2억건이 넘는다. 우리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 수익도 적지 않다.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의 등장으로 사업 환경이 급변했다. 기존에는 우리가 모든 콘텐츠를 수출하려면 현지 방송사나 중간 배급사업자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그래서 그들과의 친소관계 등도 많이 작용했다. 이제는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만 하면 된다. 디즈니 등 전 세계 메이저 스튜디오의 콘텐츠가 올라가고,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보는 시대다. 사업자 입장에선 콘텐츠를 노출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 됐다. 요새는 생각지도 못했던 지역에서 뽀로로 테마파크를 만들자거나 콘텐츠를 수입하겠다는 주문도 들어온다.”

-중국 쪽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던데.

“중국 쪽은 비교적 소프트랜딩한 것 같다. 중국에 2년 전부터 뽀로로 테마파크를 열어서 지금은 거기에만 7개다. 중국에서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사업 확장 가능성도 높다. 뽀로로 파크는 현재 국내 7개, 태국과 싱가포르에 각각 1개씩 오픈했다. 추가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국 등에서도 올해 안에 계약이 이뤄질 것이다. 지난해 매출 비중이 국내 80%, 해외 20% 정도였는데 향후 3년 정도면 해외 비중이 50% 이상으로 올라갈 것 같다. 이머징 마켓으로 동남아에선 인도네시아, 유럽에선 러시아와 영국도 눈여겨보고 있다. 해외에선 한류 바람이 생각보다 훨씬 세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년에 쿠바에서 국영방송인 아바나 TV 사장을 만났는데 그분이 뽀로로를 알고 있더라. 한류가 참 신기하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뽀로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애초에 펭귄을 주인공으로 하고, 다양한 동물이 친구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고 했다. 비버 곰 공룡 여우 등을 선정했는데, 과연 곰이 펭귄의 친구가 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일단은 곰은 북극, 펭귄은 남극에 산다. 먹이사슬로 보면 곰이 펭귄을 잡아먹어야 맞는다. 억지스럽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른들만의 생각이었다. 아이들 눈에는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더라. 뽀로로는 무대를 북극도 남극도 아닌 아주 춥고 눈 덮인 미지의 나라로 설정했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 어울리는 동물을 선정해 넣었다. 그런 요소들이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 게 아닌가 싶다.”

-뽀통령이 언제까지 집권할 수 있다고 보나.

“사실 그건 누구도 모른다. 오늘까지 사랑을 받았지만 한두 달 내에도 어린이들이 ‘아우∼ 재미없어’라고 외면해 버리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건 우리가 앞으로도 어린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도록 얼마나 관리를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 뽀로로가 2003년 방송에 나와서 13년이 됐지만 사실 다들 13년까지 갈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우리도 궁극적으로 100년을 앞둔 디즈니 캐릭터처럼 롱런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봤을 때 여전히 참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금까지 몇 편 나왔나. 다른 애니메이션 계획은.

“방송용 프로그램이 현재 6기까지 나왔고 이제 7기를 준비 중이다. 처음에 56편씩이었다가 3기부터는 26편씩 해서 부속 애니메이션까지 하면 300편 정도 된다. 뽀로로는 200개 국가에 수출됐고 2000종이 넘는 캐릭터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2010년 나온 ‘꼬마버스 타요’는 50개국에 수출됐고 800여종의 캐릭터 상품이 있다. 지금 뽀로로 애니메이션은 짧은 건 5분, 긴 건 11분이다. 그런 정도를 넘어서면 아이들의 주의가 약간 산만해진다. 우리 작품은 현재 투니버스에서 방송되는 플라워링 하트가 있다. 연말에 곰과 호랑이 캐릭터가 나오는 붐바와 툼바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뽀로로 등 후속작도 나오고….”

-뽀로로를 뛰어넘는 작품이 나올 거라고 보나.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타요는 현재 일부 국가에서 뽀로로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뽀로로 인기와 인지도가 절대적이지만 홍콩이나 미국 등에선 타요가 더 인기다. 자동차를 주제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미국의 트랜스포머처럼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다. 그런데 타요는 변신도 안 하고 버스 그대로 다니는 게 오히려 아이들 눈에 더 신선한 모양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소재보다 스토리에 있다. 스토리만 좋다면 뽀로로나 타요를 뛰어넘는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회사가 15년 됐는데, 인지도에 비해 회사 성장 속도가 더딘 것 같다.

“회사 성장률은 매년 평균 20% 된다. 테마파크 같은 것을 지으면서 수익 증가 속도가 빨라질 수 있겠지만 너무 빨리 크는 게 꼭 바람직한 건 아니더라. 우리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가 가장 좋다고 본다. 사실 매출을 조금 더 빨리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라이선스 매출로만 볼 때 우리가 100억원 정도라고 하면 실제 뽀로로를 통해 형성되는 시장은 5000억원이 넘는다. 그 시장은 우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있는 200여개 회사와 함께 만드는 것이다. 그런 사업을 우리가 직접 하면 매출을 쉽게 더 키울 수는 있겠지만 우리는 많은 회사가 같이 가는 게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관련 업체들이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할 텐데.

“우리가 뽀로로를 만들 때는 가장 큰 경쟁자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뒀다. 일본을 넘기 위해 고심하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로 접근해 나름 성공한 것 같다. 그런데 시장이 뜨니까 수많은 국내외 업체들이 뛰어들었고 다들 목표가 아이코닉스를 뛰어넘는 거라고 하더라. 뽀로로가 성공했을 때보다 지금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수성하는 게 꽤 힘들다는 걸 느낀다. 하지만 우리나라 콘텐츠·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고, 스스로 더 강해지는 수 밖에 없다.”

-우리 산업이 중국 때문에 위기다. 애니메이션 분야는 어떤가.

“중국 공격이 이미 시작됐다. 중국의 거대자본이 한국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사들이고 있고, 기업 대상으로 인수·합병(M&A)도 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도 그런 제안이 몇 번 들어왔다. 자본의 힘으로 밀고 오려는 거다. 우린 그런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앞으로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지 회사와 엮이면 일부 편한 것도 있겠지만 아직 우리의 힘으로 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종일 대표는

원래 ‘광고쟁이’ 출신이다.

1991년 광고회사 금강기획에 입사해 다니다 2001년 아이코닉스를 설립했다. 당시 금강기획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보고 애니메이션팀을 없애려 하자 직접 회사를 차렸다. 그는 “좋아하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성공할 거란 확신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자금이 없어 애를 먹었다. 그때 금강기획의 채수삼 대표이사가 개인 돈으로 투자해줘 위기를 넘겼다고 했다. 그리고 2003년부터 방송을 타기 시작한 ‘뽀로로’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문화 콘텐츠 제작자의 아이콘이 됐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은 ‘뽀로로’의 경제적 효과를 5조7000억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작품들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자 “콘텐츠는 내게 자식과 같다. 조금 잘나가는 자식이 있고 못 나가는 자식도 있지만 우열을 따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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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철 산업부장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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