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윤중식] 불의전차와 일사각오 기사의 사진
1950년 6월 24일 오후 3시, 남미 브라질에서는 1938년 프랑스 대회 이후 12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한반도 시간으로는 25일 새벽 3시였다. 1시간 뒤 개막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시간, 남북이 대치한 한반도의 위도 38도선 전역에서 막강 화력으로 중무장한 인민군 20만명이 남침을 감행했다.

한쪽에서는 지구촌 화합의 축제가 열리고 있었지만, 다른 한 곳에서는 갈등과 분열, 희생과 상처, 고통과 아픔의 역사가 촉발됐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6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동족상잔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스포츠 영화의 고전 명작 ‘불의전차(Chariots of Fire)’가 재개봉 열풍의 흐름을 타고 35년 만에 한국에 상륙했다. 이 영화는 1924년 제8회 파리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리델과 해럴드 에이브러햄 두 선수의 기적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최고의 스포츠 영화로 평가받는 이 영화는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졌다. 각국의 국기가 오를 때, 국가 간의 화합보다는 자국에 대한 애국심 함양과 국가주의를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영화의 주인공 리델은 영적인 에너지가 남다른 선수였다. 리델은 하나님의 존재 확인과 영광을 위한 삶을 추구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에 구체적으로 순종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어려서부터 육상 실력이 탁월했던 그는 에든버러 대학 시절 육상 선수로 활약하면서 영국에서 개최된 각종 육상 대회에 참가해 수많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마침내 19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이 열리던 해, 영국인들은 그가 100m 경기에서 당당히 우승하여 조국의 품에 금메달의 영광을 안겨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일요일(주일)에 열리는 예선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저는 주일에는 달리지 않습니다”라는 이유를 댔다. 그는 대신 주일에 예선이 열리지 않는 400m 경기에 출전했다. 이 종목은 리델의 주 종목이 아니었기에 아무도 금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하루에 예선과 준결승, 결승 세 번을 출전해야 하는 난관을 극복하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출세와 성공의 탄탄대로가 열려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버리고 선교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복음의 불모지 중국으로 떠났다. 오로지 중국에서 선교와 교육에 힘쓰던 리델은 일본군에 의해 수용소에 갇혀 지내다 1945년 일본 패망 직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당시 영국에 리델이 있었다면 한국엔 주기철 목사가 있었다. 리델보다 다섯 살 위였던 주기철(1897∼1944) 목사는 일본이 신사참배를 강요하자 ‘죽으면 죽으리라’는 정신으로 거부하다가 광복을 1년 앞둔 1944년, 47세 나이로 순교한다. 주 목사가 유일하게 남긴 ‘일사각오(一死覺悟)’는 올 3월 영화로 제작돼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오직 믿음으로 거대한 일제 권력에 맞서 싸운 주 목사의 신앙과 삶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6·25전쟁 66주년을 맞아 ‘믿음의 본질은 어떤 것’이며, ‘종교적 신념은 무엇인가’를 묵상해본다. ‘일사각오’와 ‘불의전차’ 두 영화를 통해 역사의 고난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참신앙의 방향성’을 확인해보자.

40여일 후면 브라질에서 제 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린다. 오랜 시간 꿈꿔온 목표와 신념이 충돌하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영화는 지난 16일 국내에서 첫 스크린 개봉에 성공해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과 입소문을 이끌어내고 있다. 6월의 마지막 주말 온 가족이 함께 ‘불의전차’를 타보자.

윤중식 종교기획부 부장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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