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톱질·끌질 거친 표면 뒤의 메시지… 김종영미술관 ‘나점수 표면의 깊이전’ 기사의 사진
나점수 작. ‘표면의 깊이’라는 주제의 설치 작품
먼지 묻은 나무 조각을 서로 기대어놓거나 쌓아올려 놓았다. 바닥에 뉘어 놓은 나무판자 옆으로는 흙이나 톱밥이 뿌려져 있다.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나점수 작가의 작품이다. 조각의 매끈한 이미지 대신 톱질과 끌질로 표면을 거칠거칠하게 한 작품은 자연 그대로의 형태에 가깝다. ‘표면의 깊이’라는 제목으로 30여점을 내놓았다.

그의 작품은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표면 뒤편에 숨겨져 있는 어떤 메시지를 어렴풋이 발견할 수도 있다. 작가는 거친 표면을 살리기 위해 수천, 수만 번의 톱질과 끌질을 반복한다. 반복하는 그의 작업은 어릴 적 미술수업시간에 몸에 밴 습관에서 비롯됐다.

초상화를 그리면서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일일이 표현하다가 수업시간 안에 작품을 마치지 못했다. 지금도 이런 디테일에 집착한다. 3만5000번 끌질을 하면 3만5000개의 서로 다른 조각이 생기고 이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자 했다. 주먹 크기의 석탄을 끌면서 흔적을 남기는 나무 조각은 석탄이 생성되는 시간 3억년을 비유한 작품이다.

작가는 김종영미술관의 ‘2016 오늘의 작가’로 선정됐다. ‘오늘의 작가’는 일생을 미술교육에 헌신한 우성 김종영(1915∼1982)의 뜻을 기리고자 2004년부터 시행하는 상이다. 촉망받는 젊은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준다. 미술관 측은 “속도에 정신이 빼앗긴 현대사회에서 느리지만 나름대로 방향을 찾는 작업”이라고 작가를 소개했다. 전시는 7월 24일까지(02-3217-6484).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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