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원윤희] 영국의 EU 탈퇴를 바라보며 기사의 사진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전 세계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유럽연합(EU)으로부터 탈퇴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있고 세계경제는 물론 EU 체제의 안정성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이번 투표에서 크게 눈에 띄는 현상은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의견 차이가 명확히 표출됐고 그에 따른 갈등은 탈퇴를 반대하던 하원의원이 피살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갈등은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 즉각 3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재투표 청원에 서명하는 등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EU 국가들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거주의 자유를 누리며,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 결과에 분노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잔류를 강하게 원했던 스코틀랜드는 대영제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투표를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의 문제는 비단 영국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국가나 사회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지역과 연령 및 계층, 그리고 이념 간 갈등이 점점 깊어가고 있으며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어려운 경제 상황은 그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이처럼 한 사회나 국가 내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뚜렷한 비전을 바탕으로 갈등을 중재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나갈 수 있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하나로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노예해방을 둘러싸고 발생한 남부와 북부 간의 이해관계 대립은 결국 내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는데 링컨은 그 커다란 대립의 위기를 극복하고 위대한 미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을 세웠기 때문이다.

링컨은 인간 평등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반대파도 포용하는 화합의 정신과 유머감각, 그리고 설득의 리더십을 통해 나라를 이끌어갔던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은 노예해방을 법적으로 완결시키기 위해 수정헌법 제13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물론 영화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과장과 픽션이 가미됐겠지만 링컨은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정공법으로, 정치적 거래로, 때로는 현란한 웅변과 스토리텔링으로, 셰익스피어의 구절과 유크리드 기하학을 활용한 설득으로, 때로는 겸손한 언행으로, 시시각각 수단과 방법을 바꾸어가면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가는 탁월한 역량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번 브렉시트 결과가 EU나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후의 조정과 처리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국과 EU는 물론 세계 지도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제20대 국회가 막 개원했으며, 내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정치의 역할은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과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국가의 발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사태로 더 한층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든 경제적 상황 하에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완화하고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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