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영길 <13> 잇단 고발과 재판이란 ‘불’로 시련 주신 하나님

학교 운영 어려워지면서 잇단 송사… 징역 2년 선고로 구치소에 수감돼

[역경의 열매] 김영길 <13> 잇단 고발과 재판이란 ‘불’로 시련 주신 하나님 기사의 사진
2000년 3월, 한동대 교무위원들이 어려운 학교 상황을 놓고 비전광장에서 기도하고 있다.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이 김영길 장로.
하나님은 각각의 사람들에게 고난과 시련이라는 거룩한 ‘불’을 사용하신다. 믿음의 선진들인 요셉 다니엘 에스더 예레미야 바울과 사도들은 이 불을 통과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각각 자기 온도에 맞는 불시험을 겪거나 통과한다. 불은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주님의 계획에 포함돼 있다. “사람마다 불로써 소금 치듯 함을 받으리라”(막 9:49)

2001년 5월 11일. 경북 포항 대구지법 포항지원 법정. “피고는 여러 차례 법정 출석을 기피했으며, 목적 없이 해외 출장을 자주 해 해외도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고 죄질이 나쁘므로 징역 2년, 부총장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며, 법정구속을 명한다!”

판결을 내린 후 판사는 나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판결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해외도주 우려’ ‘업무상 공금횡령’ ‘증거인멸 우려’ ‘정당한 사유 없는 의도적 법정 기피’. 이런 단어들만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교도관 두 사람이 다가와 나에게 수갑을 채웠다. 차가운 감촉이 손목에 느껴졌다.

나는 당시 기존의 학교 부채뿐 아니라 새로 건립한 기숙사 건축비 결제용 어음이 계속 돌아오는 바람에 부도를 막으려고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다. 마침 그 무렵 교육부가 처음으로 시행한 교육개혁특성화대학 평가에서 한동대가 최우수대학으로 선정돼, 13억원의 국고 지원금을 받게 됐다. 교직원들이 3개월째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그해 연말 밀린 급여부터 우선 지급했다. 그 후 곧바로 들어온 후원금으로 그 국고 지원금을 다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일로 국고금전용혐의로 형사고발을 당했다. 3개월간 밀린 월급 때문에 노동법 위반으로도 고발을 당했다. 연이어 학교 소송에 관계된 변호사 비용을 총장 개인이 지급하지 않았다고 업무상 공금 횡령으로 또 다시 고발됐다. 수없는 검찰 조사와 재판을 줄줄이 받았다. 그러다 마침내 나와 행정부총장은 각각 징역 2년과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이 됐다. 현직 대학 총장과 부총장의 법정 구속은 한국 대학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날 곧바로 경주구치소로 호송됐다. 철창 버스 안에서 눈을 감았다. 믿기지 않는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학생들, 교직원들, 학부모들이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몰랐다.

구치소에 도착해서는 교도관의 지시대로 입고 온 옷을 벗어 보따리에 넣었다. 한쪽 구석에 쌓인 옷더미에서 내가 입을 죄수복을 고르고 있는데 교도관이 소리쳤다. “아무 거나 입어요. 다 똑같으니까 골라봤자 소용없어요.” 형이 확정된 기결수에게는 청색 옷,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에게는 갈색 옷이 제공된다. 나는 갈색 옷을 입었다. 구두를 벗고 흰 고무신으로 갈아 신었다.

“안경을 벗으시오! 교도소 규율에 따라 금속테 안경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가족이 면회 올 때 플라스틱 안경을 가져오라고 하시오.”

나는 수감번호 ‘433’이라고 쓰인 판을 들고, 벽 앞에 서서 정면과 측면 사진을 찍었다. 수감자들이 반드시 찍어야 하는 사진이었다. 죄수복을 입을 때도 아무런 생각이나 느낌이 없었다. 안경마저 압수되고 나니 앞이 흐릿하게 보였다. 플라스틱 숟가락과 그릇 두 개를 받아들고 교도관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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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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