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아파트 평당 분양가 5000만원의 공포 기사의 사진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심상찮다. 3.3㎡(평)당 평균 4000만원을 훌쩍 넘는가 싶더니 불과 몇 달 만에 5000만원을 넘보기에 이르렀다. 최근 개포주공 3단지 재건축 조합은 일부 평형의 분양가를 3.3㎡당 5166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제지 움직임에 움칠해 지난 24일 4400만원 선으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3.3㎡당 5000만원대는 아파트의 분양가로는 사실상 최고가다. 서울 용산과 부산 해운대의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3.3㎡당 각각 8150만원과 7002만원에 달했지만 모두 100평 안팎의 초대형인 데다 일반 수요자 대상의 아파트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점에서 양상이 다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포에 비해 한강 조망권 등의 입지여건이 뛰어난 서울 반포나 압구정동 재건축 아파트가 앞으로 공급되면 3.3㎡당 최고 1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도 한다. ‘평당 분양가 5000만원 시대’가 더 이상 새삼스러운 것이 아닌 현실이 되는 셈이다.

부동산은 어느 업종보다 경기 전후방 효과가 크다. 고용 창출로 인한 부가가치도 탁월하다. 정부 당국자들이 경기 진작의 불쏘시개로 걸핏하면 부동산을 활용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부동산의 활황세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강남 고분양가처럼 명백한 거품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경계할 수밖에 없다. 서울과 수도권 등 인근의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쳐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 필연적으로 전·월세가 앙등으로 이어져 ‘주택난민’을 낳는다.

심각한 것은 우리 경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악재를 맞았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 브렉시트 여파까지 겹쳐 한국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발 부동산 과열은 쓰라린 경험을 반추케 한다. 아파트 경기가 최고조였던 2006년을 전후해 수도권 일반 아파트는 평균 32%, 재건축 아파트는 40%가 올랐다. 1년여 만이었다. 2008년의 위기는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가격 탄력성이 큰 재건축 아파트는 급락을 면치 못했고 일반 아파트의 하락폭도 상당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 다수는 ‘하우스푸어’가 됐다.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 대단위 분양지역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열풍이 국지적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여건이 예사롭지 않다. 우선 금리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브렉시트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한다. 노무라증권, 씨티은행은 기준금리가 현재 연 1.25%에서 0.75∼1%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늘어나는 돈의 양도 걱정이다. 한은은 이번 주 중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3조원 이상의 단기유동성을 풀기로 했다. 시중에는 이미 954조원의 부동자금이 고여 있다. 적절한 용처를 찾지 못한 돈이 투기자금화돼 수익형 부동산과 강남 재건축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저금리는 돈의 양을 늘리고, 풀린 돈은 갈 곳을 헤매다 상당수 부동산으로 향한다. 부동산이 돈이 된다 싶으면 건전한 가구도 싼 이자에 은행돈을 빌려 가세한다. 1200조원이 넘어 임계점에 달한 가계 빚은 점점 파국을 향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고 있어 다행이다. 부동산 띄우기에서 점진적인 시장 규제로의 전환 움직임이 보인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아파트 집단대출 옥죄기가 담겼다. 중요한 것은 단발성 정책의 되풀이가 아니다. 부동산으로 무리하게 경기를 조절하겠다는 마음을 더 이상 먹지 않는 것이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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