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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상희] 반월공단 불법파견, 실사구시해야

“정규직 쓰기 어려운 구조…제조업 파견 허용하되 파견·사용업체 책임 강화토록”

[시사풍향계-이상희] 반월공단 불법파견, 실사구시해야 기사의 사진
안산시흥공단은 국내 최대 국가산업단지로 수천 개의 입주기업, 수십만 명의 고용과 생산, 수출실적 등에서 수도권 제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 공단이 쌓아 온 명성 이면에는 1000개 이상의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4만여명의 파견근로자가 있으며, 그 가운데 90% 이상은 임시파견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 파견근로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언론이나 지역 노동단체 등도 근로자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작업환경, 고용불안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고용노동부도 주기적으로 지도·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파견 문제 등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안산시흥공단의 고용 문제는 단순하게 한 측면만 보고 해결할 수 없는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것이다.

사실 안산시흥공단의 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는 구조적인 것이다. 이 지역은 영세 사업장의 집약지로 5인 미만 사업체가 80%에 육박한다. 현행법상 근로시간과 가산임금, 기간제 사용 제한과 차별금지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 제외되므로 열악한 근로조건을 당연 위법이라 단정할 수 없다. 또 5인 이상이라 하더라도 막 시작한 소기업이 많고, 종사자들도 제조업 파견금지로 인해 무허가 인력공급이나 용역, 일용 등 단기근속자가 많다. 단기근속자 속성상 임금이 낮고, 기업의 열악한 경영 실태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도 거의 없어 실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대부분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마지막 단계에 위치해 있어 주문생산 방식에 따른 일감의 변동으로 정규직을 사용하기 어렵고, 필요 인력도 단기 유동적이어서 그때그때 인력업체나 파견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구조다.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 공고를 내도 찾아오는 인력이 거의 없어 인력 부족이 심각하며 이직률도 높아 생산 물량을 맞추기 어렵다. 그 때문에 파견업체를 통해 구인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우리 사회의 파견근로 관련 논의는 너무 이념적이고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파견근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는 강력한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업주를 범법자 대하듯 하는 그물망식 입법이나 근로감독은 현장에서 규제의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낮다.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위축시켜 사업체나 근로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우려도 있다.

파견근로가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반월시흥공단이라는 특수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과감한 패키지식 정책이 필요하다. 가령 제조업 파견금지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이 지역에서 제조업 파견근로를 허용함으로써 관리 가능한 합법 파견 정책으로 전환하되 파견근로의 질을 제고할 수 있도록 파견 사업체와 사용 사업체에 대한 실질적 책임을 부과해 나가는 것이다.

또한 공단 입주기업의 실태를 꿰차고 있는 산업단지공단과 공공 취업알선 기관을 연계함으로써 구인·구직자 간 미스매치(불일치)를 줄여나가도록 공공고용서비스 기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 고도화 등이 함께 추진돼야 고질적인 불법파견 등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파견근로에 대한 소모적이고 이념적인 논란보다는 실사구시적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이 전개되길 기대해본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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