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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토크] 장마 기사의 사진
2011년 우면산 사태. 위키미디어
예로부터 오뉴월 장마라 했는데 음력 5월이 끝나가는 주말에야 장마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최근 들어 국지성 호우 발생이 늘면서 기상청은 장마기간을 예보하고 있지 않지만 음력 유월까지는 장마전선의 영향권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장마는 우리나라 고유의 기후적 특징으로 북측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어 물러난 시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2개의 해양성 고기압들이 서진하면서 세력을 다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호우를 말한다.

투쟁을 벌이는 2개의 해양성 기단은 오호츠크해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다. 오호츠크해는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에 위치하는 서태평양 바다이고, 북태평양은 태평양 대양의 북측 해역을 의미한다. 두 고기압이 형성되는 지역의 해수 온도는 각 지역의 환경 여건에 의해 큰 차이를 보인다. 시베리아 대륙의 눈이 녹아 찬물이 유입된 오호츠크해에는 한랭습윤한 고기압이, 따뜻한 수온을 지닌 북태평양에서는 아열대성의 고온다습한 고기압이 만들어진다.

2개의 기단이 만나니 온도차가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고, 불안정하고 정체성이 강한 대기 여건으로 인해 여름철 집중호우, 장마가 시작된다. 이렇게 발생된 전선은 남북으로 서로 밀고 당기길 한 달간 반복하는데 이를 남북진동이라 한다. 장마 초기에는 오호츠크해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는 경우가 많아 보슬비가 내리고, 중후반부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세해지며 강한 장대비가 계속돼 많은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최근 장마기간 중의 집중호우는 농촌과 도시를 구분하지 않고 많은 피해를 주는 경향을 보인다. 기상청이 2009년부터 장마 종료 시점과 강수량을 예보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전선이 사라진 뒤에도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해 장마기간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는 600여년 전 세계 최초의 기상관측 장비인 측우기를 발명하고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청계천에 수표를 설치한 지혜로움을 지닌 민족이다. 재해 예방과 예보를 위한 수표 덕분에 설치 다음해 큰 물난리가 났음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옛 기록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재난재해에 무감각해진 요즘 세태를 보며 우리 지혜도 남북진동을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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