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황주리의 나의 기쁜 도시]  마다가스카르, 안타나나리보 기사의 사진
황주리 그림
먼 나라 마다가스카르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정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신비로운 땅이다. 아프리카 남동쪽 인도양에 있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는 바오바브나무로도 유명한 나라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바오바브나무는 어린왕자를 읽은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이름이리라. 바오바브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론다바를 가기 전에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에 도착한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동화 같은 마을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눈이 부시다. 그렇게 높고 푸른 하늘은 참 오랜만에 보았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는 오랜 식민지 시절의 낡고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축물과 풍요로운 자연이 어우러져 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2000여년 전 옛 인도네시아인들이 계절풍을 타고 도착했다는 마다가스카르는 분명 아프리카인데 사람들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계 폴리네시안 인종이 섞인 혼혈로 검지 않은 피부에 낯익은 얼굴들이다. 그러니까 그곳은 아프리카와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문화가 섞인 복잡하고 다양한 문명의 세계다.

프랑스인, 중국인, 인도인, 파키스탄인, 원주민인 말레이인 등 18개 민족이 믿는 종교도 다 다르지만 아무 마찰 없이 평화롭게 공존한다고 했다. 한국인 선교사 부부가 우리나라 60년대처럼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조금 더 문명의 수혜를 받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우리에게 없는, 아니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안타나나리보의 중심 시가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낡은 흙벽돌집이 모여 있는, 사랑스럽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달동네가 나타난다. 집안이 추워서 옹기종기 나와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들을 바라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도착한 기분이다.

그곳에서 벽돌을 깨는 일을 하는 열세 살 소녀를 만나 사진을 같이 찍었다. 많은 아이들이 집안의 생계를 돕기 위해 벽돌 깨는 일을 하고 있었다. 벽돌을 깨서 작은 돈을 벌며 그렇게 환하게 웃는 그곳 아이들과 갖고 싶은 걸 금세 손안에 쥘 수 있으면서도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는 잘사는 나라의 아이들의 삶은 어떻게 다를까. 시간이 정지한 듯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끽하며 안타나나리보의 사랑스러운 골목길을 걷는 일은 행복하다. 넓은 평원 위 1000개의 언덕마다 작은 마을이 생겨 도시를 이룬 그곳은 차를 타고 조금만 나오면 탁 트인 시골이고 조금만 들어가면 세련되고 고풍스러운 도시다.

안타나나리보에서 해질 때 언덕 정상에 올라 도시의 파노라마 전경을 내려다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길가에서 과일과 채소, 고기와 생선 등 온갖 먹거리를 가득 뒤에 태운 채 사람을 앞에 태우고 기우뚱거리며 춤추듯 가는 자동차는 ‘탁시블루스’라 불린다. 달나라의 택시를 타본 듯 그 풍경이 기억 속에 남는다. 누군가의 결혼식이 진행 중인 안타나나리보의 거리 한가운데서 춤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마다가스카르식 지붕이 내려다보이는 운치 있는 한국 식당 ‘아리랑’에 들어갔다. 그 많은 메뉴에도 맛없는 게 하나도 없었다. 다음 날 안다시베 국립공원에 들러 그 유명한 여우원숭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어깨 위에 다정하게 내려앉는 그놈들은 참 넉살도 좋다.

모론다바에 도착해 바오바브나무가 가까이 보이기 시작하자 가슴이 뛰었다. 신이 실수로 땅에다 거꾸로 심었다는 바오바브나무, 위로 뻗은 줄기가 뿌리처럼 보이는 하늘을 향해 뻗은 크고 힘센 바오바브나무는 짧게는 몇 백년 길게는 몇 천년을 산다고 했다. 어린왕자 속 바오바브나무는 너무 빨리 자라 어린왕자가 살던 소혹성 B612를 온통 엉망으로 만드는 무서운 식물이다. 해가 질 때를 기다려 캄캄한 어둠 속에 거대한 전신주처럼 죽 서 있는 바오바브나무들의 정경은 마치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미얀마의 거대한 불상군을 보는 것처럼 신비로웠다. 오래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바오바브나무의 구멍 안에 매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바오바브나무는 죽은 시신을 껴안고 녹여 제 한 몸으로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죽어서 바오바브나무가 된 사람들을 상상해 본다. 서로 얽히고설켜 하늘 가까이 뻗어 오른 ‘아무르 바오바브’는 그곳의 스타 바오바브나무다.

운 좋게 만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어느 두 사람의 사랑처럼 얽히고설켜 영원히 거기에 있으리라. 1만5000㎞를 돌아 내 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르 바오바브’, 듣기만 해도 마음 설레는 이름을 중얼거리며 다시 찾은 안타나나리보는 마치 전생의 고향인 듯 그립고도 낯익었다.

황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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