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69) 가천대길병원 척추센터] 절개 최소화 고령자 맞춤형 ‘척추 내시경 수술’ 1번지 기사의 사진
가천대길병원 척추센터의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신경외과 김우경(소장)·안용 교수, 정형외과 전득수 교수, 신경외과 손성 교수, 정태석 전공의. 가천대길병원 제공
얼마 전 가천대길병원 응급실에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앉지도 서지도 못한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실려 왔다. 허리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10년 넘게 고생해온 정모(79)씨였다. 평소에도 요통과 다리 저림을 경험하곤 했지만, 이날은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고 한다.

누가 봐도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령으로 기초체력이 약한데다 고혈압과 당뇨까지 앓고 있어 수술을 받기엔 무리가 있었다. 전신마취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수술 중 자칫 쇼크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의료진은 외과적 수술대신 부분마취 후 피부절개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최소침습 척추 내시경 수술’을 선택했다. 부분마취 후 피부를 조금만 절개하고, 그 틈으로 특수 내시경과 미세수술 기구를 넣어 신경을 자극하는 디스크를 제거하는 치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정씨는 곧바로 극심한 요통과 다리 저림 증상으로부터 벗어났고 이튿날 퇴원할 수 있었다. 걷거나 서있을 때 생기던 방사통과 다리 저림 증상이 사라졌다. 외출과 운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정씨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며 병원 측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척추 문제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평상 시 예방과 관리 노력이다. 정씨는 이를 소홀히 한 탓으로 급기야 응급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천대길병원은 척추에 관한 올바른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관리에 초점을 맞춰 척추센터(소장 김우경·신경외과 교수)를 운영하고 있다.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하는 중심이다. 디스크로 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일상생활이 불편할 뿐 아니라 신체기능 전반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허리 통증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가 경험하는 다빈도 증상이다. 현대인의 60∼90%는 평생 동안 한번 이상 허리통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인 4명 중 약 1명은 척추질환으로 진료를 받았다.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아 건강보험급여를 받은 환자 수는 2007년 895만명에서 2014년 126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허리디스크는 대부분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노화에 의한 척추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잘못된 자세, 운동 부족, 좌식 생활 등도 허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허리디스크는 허리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면서 생긴다. 디스크가 충격이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한 쪽 방향으로 튀어 나와 주위 신경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특히 다리가 저리며, 허리를 숙일 때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심하면 하지마비나 대소변 장애가 오는 경우도 있다.

가천대길병원 척추센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자, 만성질환자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척추 내시경 수술 등 ‘비(非)수술요법 시스템’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척추 내시경 시술경험이 많은 안용(50) 전 강남나누리병원 진료원장을 척추센터 내 척추내시경클리닉 책임교수로 전격 영입했다.

안 교수는 지금까지 척추 내시경 수술만 총 2500여회나 시술하는 등 최소절개 척추질환 치료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문가다. 서울의대 출신으로 현재 유럽척추학회지와 세계정형외과학회지 편집위원, 대한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 및 대한신기술학회 상임이사로 활약 중이다. 지금까지 SCI급 국제학술지에 척추 내시경 수술관련 임상 연구논문도 40여 편이나 발표했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기존 수술에 비해 효과가 뒤지지 않는다. 피부절개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출혈이 적은 것은 물론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회복도 빠른 게 장점이다. 안 교수는 “대부분 부분마취를 하고 이뤄지기 때문에 전신마취가 부담스러운 고령자나 만성질환 소지자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사가 내시경을 통해 환부를 직접 살펴보면서 수술을 이끌기 때문에 주위 정상조직을 손상시킬 염려가 없다. 자연히 수술 환자의 입원 및 재활기간이 단축된다. 수술 후 진통제 사용 기간도 짧다.

안 교수는 최근 1년간 척추 내시경 수술을 시행한 중증 디스크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후 뚜렷한 증상 호전을 보인 경우가 92.3%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수술 전 평균 7.86점에 달했던 방사통(주변으로 퍼지는 통증) 지수는 수술 1년 후 1.85점으로, 수술 전 84.92점에 달하던 장애지수도 수술 후 17.54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수술 후 재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외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클리니컬 뉴롤로지 앤드 뉴로서저리’(CNN)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최근 1년 동안 가천대길병원 척추센터를 방문해 각종 수술을 받은 환자는 1074명(2015년 기준)이었다. 질환별로는 퇴행성 척추관절 및 디스크 질환자가 약 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증 척추외상 및 척수손상 환자가 약 10%, 척수종양 및 전이암 환자가 약 10%,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감염 등 기타 척추질환자가 약 20%를 차지했다.

가천대길별원 척추센터의 의료진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교수들로 운영된다. 신경외과 쪽에선 김우경(54)·이상구(54)·안용(50)·손성(35) 교수팀, 정형외과 쪽에선 전득수(51) 교수팀이 책임지고 있다.

김우경 교수는 목 디스크나 경추협착증 치료 시 목뼈에 6∼7㎜ 정도의 작은 구멍 한 개만 뚫고 수술을 진행하는 ‘전방경유 미세 추간공 확장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지난 2008년 ‘제1회 브라질 최소침습 척추수술 학회’에 초청연자로 참석해 세계 각국 척추외과 의사들에게 수압을 이용한 척추디스크 수술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임상과 연구, 신기술 도입 등 각 분야에서 최상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척추센터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체 의료진이 합심해 노력하고 있다”며 “가장 완벽한 치료는 예방이라는 원훈에 걸맞게 올바른 척추 지식과 관리 방법을 전파하는 척추건강 지킴이가 될 각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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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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