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60> 아니면 말고 기사의 사진
‘카더라’소문의 중심이 된 박유천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오늘의 우리 사회 도처에는 무책임이 만연해 있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다.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아니면 말고’ 식의 한탕주의 발언과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가십 정보가 넘쳐난다. 최근 한 종편 방송에서 박유천 성폭행 혐의 사건이 있었던 술집에 한류스타들이 동석했다는 정보를 사실처럼 주장해 소동이 벌어졌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난 것이다. 근거 없는 사실과 비방은 일명 연예 ‘찌라시’(사설정보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며칠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망했다는 찌라시가 SNS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됐다. 삼성의 주가는 출렁거렸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안겼다. 호재성 공시로 주가를 올린 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번복하는 양치기 공시도 판을 치고 있다. 올해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은 31곳이나 된다.

정치권에서는 더 낯 뜨거운 일이 벌어졌다.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업무보고 자리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법원 양형위원회 일부 위원에 대해 성추행범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졸지에 성추행범으로 몰린 당사자는 도덕적인 치명상을 입었지만 사과 한마디를 받았을 뿐이다. 아니면 말고 식 폭로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 가져온 결과라면 어처구니가 없다. 국민은 그러한 권리를 인정하지도, 부여하지도 않았다. 괴담공화국이라는 말이 과장된 표현이 아닌 것 같다. 혈세 수조원을 투입한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권력의 실세일수록 책임지는 모습보다 비겁한 변명과 책임 전가로 일관하는 얼굴을 지켜보았다. 젊은 세대의 미래가 참담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기우인가. 무책임의 극치는 언제쯤 고개를 숙이게 될까?

강태규(대중음악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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