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공병호] 한국 산업의 현주소 기사의 사진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구글은 2만3000명, 삼성전자는 3만2000명이지만 문제 해결 능력으로 따지면 삼성 인력의 1∼2%만이 구글 입사가 가능한 수준이다.” 며칠 전 삼성그룹의 사내방송이 내보낸 ‘삼성 소프트웨어의 경쟁력 백서’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인스타그램은 4명이 6주 만에 개발했다면, 삼성은 몇 백명이 붙어 1년은 걸렸을 것”이라는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하드웨어는 베끼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소프트웨어는 문제 해결 능력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더욱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더해지는 시대가 아닌가. 사람마다 삼성이 불편한 진실을 내놓고 공개한 것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필자에게 번뜩 떠오른 첫 번째 원인이 우리의 교육제도다.

우리는 교육을 바탕으로 산업화의 대장정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의 큰 판이 바뀌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의 지수적 성장은 남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분야에서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외국 교육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경험한 필자는 우리의 교육이 제도를 수선하고 교재를 바꾸어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완전히 다른 교육을 실험적으로 도입하지 않고는 새로운 인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 당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이해당사자들이 포진된 현재 상태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서울대 30년 생활을 마무리하고 포스텍 교수로 있는 탁월한 과학자 임지순 교수는 “미국 수재들은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 경쟁하기가 힘들어. 우리 교육 방식의 문제야”라는 이야기를 사석에 털어놓았다고 한다.

내가 떠올린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최근 분위기다. 적당히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절실함이나 절박감도 사라지고 있다. 할 수 있다면 무임승차를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만들어내는 사람보다 나랏돈을 받아 손쉽게 쓰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긴 시각을 갖고 자신이 하는 일에 미친 듯 매진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해야 하는데 분위기는 반대다. 남들 하는 것만큼 하고 받은 것만큼 한다는 그런 분위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삼성전자도 한국사회에 속한 조직이기 때문에 이런 시대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일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믿음을 갖고 거의 미친 듯이 파고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까 말까 하는 것이 치열한 경쟁 현장이다. 이렇게 미친 듯 자신의 일을 파고드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게 된다. 한국 최고 기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현주소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산업의 현주소이고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우리는 허세를 부리지 않고 우리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고쳐야 할 과제라면 세월을 마냥 흘려보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야무지게 고쳐나가야 하고 변화를 삶의 한 부분인 것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 모든 산업을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거대국가의 등장이 엄청난 도전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미리미리 절박하게 준비해야 한다. 기술 변혁이 우리가 누려온 고성장의 기반 자체를 뒤엎어버릴 수 있음에 절박감과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정신 차리지 못하면 또 한번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에 깊은 자각과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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