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 “연탄값 올리려면 빈곤층 에너지 대책부터” 기사의 사진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정부가 대한석탄공사를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석탄 생산을 줄이고 연탄값을 올리면 에너지 빈곤층이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개인 교회 기업 등의 적극적인 후원을 호소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불우이웃을 돕고 있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60) 목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기업 구조조정 대상에 대한석탄공사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강원도 장성·도계, 전남 화순에 탄광 3곳을 보유하고 있는 석탄공사는 지난해 말 부채가 1조6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의 석탄공사 구조조정은 석탄 감산과 연탄값 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후원을 받아 에너지 빈곤층에 연탄을 무료로 보급하는 허 대표를 지난 1일 만나 연탄은행의 애로와 타개책 등을 들어봤다.



-정부가 석탄공사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석탄과 연탄 생산량은 줄이고 가격은 올리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평가해 달라.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민주적인 공청회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석탄공사가 만성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은 방만 경영과 해외 투자 손실액이 컸기 때문이다. 무능한 경영진과 석탄공사의 부실을 방치한 정부 잘못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탄값을 올려 서민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소득이 없거나 미미한 영세 노인과 에너지 빈곤층은 연탄값이 인상되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탄광들을 폐쇄하고 석탄공사의 문을 닫으려 하는 것은 통일한국을 염두에 두지 못한 미봉책이다. 북한은 엄청난 규모의 무연탄 매장량을 갖고 있다. 무연탄을 채굴해 중국으로 수출해 왔다. 남한 탄광들을 폐광하면 채광 기술이 사장되고 전문 인력이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통일 이후 북한의 탄광 개발 과정에 남한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정부 정책을 어떻게 보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가.

“석탄은 아날로그 제품이지만 필요한 국가적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에너지 안보와 통일 이후를 생각한다면 일부 탄광을 유지하고 석탄의 적정 물량을 확보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이전에 정부는 연탄값을 최대 30%까지 올린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인상폭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서민 생활을 위축시키는 연탄값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연탄을 때지 않는 경제 구조를 만들고 에너지 빈곤층이 연탄 대신 기름이나 가스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 대체에너지 사용 지원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법안을 추진하지 못할 경우 영업용 식당이나 화훼단지 등은 제외하고 영세 가정과 서민들이 인상되지 않은 가격으로 연탄을 살 수 있도록 ‘연탄가격 이원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G20 화석연료보조금 폐지 계획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석탄공사 근로자가 고령화되고 정부가 근로자의 전업을 지원하면 석탄 감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연탄은행 대표로서 고민이 많을 텐데.

“석탄 감산을 통해 나라경제와 서민 살림이 좋아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연탄은행 대표지만 역설적으로 연탄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연탄은행은 개인과 교회,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연탄나눔운동을 벌이고 있다. 연탄값이 인상되면 연탄 후원도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정부는 지금까지 지급하던 보조금을 장기적으로 중단할지 모른다. 어떻게 에너지 빈곤층을 보듬고 하나님 나라를 완성해 갈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요즘 하루하루를 마치 ‘비아 돌로로사 길’을 걷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비아 돌로로사 길은 예수가 빌라도 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처형될 때까지 전 과정을 나타내는 십자가의 길을 말한다).



-정부는 12만1000가구가 연탄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반면 연탄은행은 16만8000가구로 보고 있다. 어느 수치가 맞는가.

“12만1000가구는 2013년 기준이다. 이 수치는 주민센터와 연탄공장 등을 통해 취합한 것이다. 누락된 경우가 많아 신뢰하기 어렵다. 연탄은행은 해마다 전국 31개 지역 연탄은행을 중심으로 연탄지원 가구, 방문조사, 지방자치단체 자료 등을 종합 분석해 전국 연탄 사용 가구 통계를 내고 있다. 연탄은행 자료를 언론매체, 에너지 기관, 학계, 심지어 석탄공사도 인용한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장 이야기를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사무실에 앉아서 만드는 정책이나 대책은 졸속일 수밖에 없다. 최고 정책 결정권자도 이런 사정을 모를 것이다.”



-정부는 8만여 가구에 연탄 쿠폰을 주고 있다. 정부 추산으로 하면 4만 가구, 연탄은행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8만 가구 이상이 연탄 쿠폰을 받지 못하는데.

“정부가 앞으로 지원 대상자를 다소 늘릴 것이라는 언론 보도를 보았다. 하지만 10만 가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5만∼6만 가구는 제외될 수밖에 없다. 연탄은행의 사회적 책임과 공적 헌신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연탄값을 올리면 인상분만큼 연탄 쿠폰을 현실화하겠다고 했다. 에너지 빈곤층에 도움이 되겠는가.

“현재 정부는 연간 1회 16만9000원의 연탄 쿠폰을 지급한다. 이 돈이면 연탄 300여장(배달료 제외)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배달업자가 배달료를 공제하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연탄을 훨씬 적게 받게 된다. 1년간 한 가정에 필요한 연탄은 800∼1000장이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700∼800장이 부족한 형편이다. 연탄값이 인상되면 사정은 더 악화될 것이다. 배달료를 포함한 연탄 한 장 가격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경기도 김포 철책선 부근은 700원, 강원도 산악 지역은 700∼800원, 전남 목포는 800원, 제주도는 1000원 정도 한다.”



-어떤 이들은 한겨울에만 연탄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쌀쌀해지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 중순까지, 그리고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한 달 동안 연탄이 필요하다. 장마철에 연탄을 피우지 않으면 방에 곰팡이가 생기고 눅눅해져 노인들이 각종 질환과 신경통으로 고생한다. 일반인들은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 따뜻한 물로 몸을 씻지 않는가. 에너지 빈곤층은 이런 것을 상상도 못한다.”



-연탄값 인상은 연탄은행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모금액은 늘지 않고 연탄 구입비가 급증하면 연탄은행의 도움을 받는 이들이 줄어들 텐데.

“지금은 연탄 1장 후원금으로 500원을 받고 있다. 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어려운 가정에 연탄을 배달해줄 경우를 염두에 둔 금액이다. 앞으로 연탄값이 인상되면 최소한 600원은 받아야 할 것 같다. 연탄값이 오르면 연탄은행이 배달하는 연탄 규모가 줄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연탄은행은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곳도 아니다. 홈페이지(babsang.or.kr), 전국전화(1577-9044), 온라인 기부 포털 ‘해피빈’, CMS 자동이체 서비스 등을 통해 후원운동이 활성화되도록 주야로 달릴 것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조선·해운·철강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진행되면서 기업과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탄은행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 않을까.

“그렇다. 정말 사회가 어렵고 희망의 동력마저 희미해지고 있다.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말한 ‘희망의 신학’이 필요한 시대다. 우선 국민일보와 공동으로 펼치고 있는 ‘따뜻한 대한민국 만들기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을 더욱 알차게 진행할 계획이다. 공익광고 등도 제안할 생각이다.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절·성탄절·창립기념일, 집사·권사·장로·목회자 집례식 때 사회선교 차원에서 십시일반으로 후원해 달라고 호소하려고 한다. 기업에 사회공헌사업 제안서도 제출할 것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CEO, 유재석, 차인표·신애라 부부 같은 연탄 천사들과 ‘따뜻한 이웃, 함께합시다’ 릴레이 기부운동을 구상하고 있다. 연탄값이 인상될 경우 쉽지 않겠지만 ‘사랑의 연탄 300만장’이라는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성도들의 소득이 감소해 각 교회의 예산도 줄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새로운 모금운동 방식을 도입할 때가 되지 않았나.

“‘연탄은행 추위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단칸방에서 1박2일간 지내며 연탄불을 갈고, 파지를 수거해 팔고, 그 돈으로 쌀이나 연탄을 사고, 연탄불로 밥을 해 먹고, 연탄불에 물을 데워 빨래를 하고, 연탄재를 빙판길에 깔며 연탄길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나 연예인 등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연탄 1000장 후원하기 운동과 병행하려고 한다. 각 교회에 연탄저금통을 비치해 교회 자체적으로 ‘사랑의 연탄 보내기운동’에 나서도록 할 계획이다.”



-연탄은행의 주된 수입 구조는.

“연탄은행의 후원자는 개인 60%, 기업 25%, 교회 10%, 기타 5% 정도 된다. 모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기업 60%, 개인 25%, 교회 10%, 기타 5%가량 된다. 개인 후원자가 해마다 15%씩 증가하고 기업의 동참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연탄은행과 자매결연한 광동제약은 직원들과 회사가 2005년부터 매월 600여만원을 매칭해 후원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청와대 수석실 등도 후원과 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연탄은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노숙인 등을 돌보는 밥상공동체는 1998년 4월 강원도 원주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4년이 흘렀다. 2002년 12월 팔순을 넘긴 할머니 가정을 방문했는데, 심한 감기로 고생하는 그 할머니가 냉방에서 혹독한 추위와 싸우는 것을 보았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울며 기도하는데 한 사업가가 연탄 1000장을 후원했다. 이 후원을 계기로 연탄은행을 설립했다. 초교파적으로 교회 29곳과 봉사단체 2곳 등 전국 31개 지역에서 연탄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중국 동북부 지역에도 연탄은행을 1곳씩 설립했다.”

허기복 목사는 누구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회선교 목회자다. 서울장신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 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밥상공동체복지재단 대표, 연탄은행전국협의회 회장, 밥상공동체종합복지관 관장 등을 맡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에너지 빈곤층 약 30만 가구에 연탄 4266만장을 무료로 보급했다. 허 대표는 “연탄·쌀 나눔, 무료급식, 장학사업 등을 통해 500억원 이상의 봉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저서로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2005·미디어 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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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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