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부도 난 대학교육에 속지 말자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 대학교와 대학교수 사회는 거품덩어리다. 우리 사회는 교수를 너무 존중한다. 정부는 연구개발 프로젝트에서부터 크고 작은 정책 수립과 공공기관 평가에까지 꼭 교수 자문단을 구성해 중용하거나 혹은 적어도 그런 외양을 갖춘다. 수도권 사립종합대의 경우 교수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사립대학 비중이 높은 미국에서도 연봉 1억원을 넘는 교수들은 경영대, 의대, 법대 정도에만 주로 분포한다. 전공별로 연봉 격차도 크다. 우리나라 교수들의 연구실적 및 강의는 고액 연봉값을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겪는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4년제 대학 졸업장은 좋은 일자리를 보장했지만 이제는 어림도 없다. 전두환정부와 김영삼정부는 각각 졸업정원제와 대학교 설립준칙주의를 통해 대학교육에 물을 탔다. 부실한 사학재단들도 대학교를 설립하도록 허가했으니 교육의 질은 당연히 낮아졌는데도 등록금은 치솟았다. 1억원이 들어간 졸업장 대다수는 부도수표나 마찬가지다.

대학교육의 양적 확대와 질적 빈곤은 청년 취업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 지 오래다. 더구나 학생수가 줄어들어 상당수 대학이 정원을 채울 수 없게 됐다. 그러자 교육부가 뒤늦게 대학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시늉만 내고 있다. 교육부는 오히려 부실 대학을 엄호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법인 해산 시 잔여재산 일부를 설립자 등 재산 출연자에게 돌려주자는 내용인데 학교 재산은 출연금 말고도 정부의 재정지원과 학생 등록금 일부, 외부의 기부금 등으로 구성된 공공의 재산이다. 현행법은 폐교할 때 공공의 재산에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사학재단과 가까운 교육관료들에게 대학교 구조조정을 맡기면 안 된다. 각계각층의 대표와 독립적 학자들로 대학구조조정위원회를 구성해 4년제 대학교의 절반 이상을 없애거나 통폐합하고, 그들을 선별적으로 국유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분상승과 계층이동을 활발하게 하려면 좋은 교육을 값싸게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노사공포럼’ 최신호 권두논단에서 “교육의 시장화가 소득불평등의 요인이고 계층이동을 가로 막는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대학교육에서 국공립의 비중을 높이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흙수저’ 논란이 거센 가운데 국가적 토론이 필요한 의제지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소비자들이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과잉 교육과 스스로 만든 영어 지옥과 스펙 쌓기 등을 이제는 포기하자. ‘자기계발’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 정규직이 되더라도 일중독과 쇼핑중독의 악순환이 기다린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길은 소비의 구조조정이다. 집, 자동차, 가전제품을 사지 않거나 자주 바꾸지 않는 게 첫걸음이다. 소득이 줄더라도 여가를 택하고, 자연·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젊은이들이 집과 자동차를 사지 않는 풍조가 이미 확산되고 있다. 출산 거부에 더해 보이콧(불매운동)마저 집단화할 경우 정부와 기업도 공교육 강화와 복지 확대, 그리고 이를 위한 증세라는 타협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이언티는 히트곡 ‘양화대교’에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밥벌이의 고단함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그러면서 ‘엄마∼행복하자, 아프지 말고’라고 한다. 이렇게 바꿔 부르고 싶다. “우리∼행복하자, 속지 말고” 대학교육과 대기업의 가치를 믿지 말자. 세계는 이제 신자유주의에서 포용적 자본주의로, 소유에서 공유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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