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서 살아난 베토벤 교향곡 기사의 사진
백순실 작가가 화면에 옮긴 ‘베토벤 교향곡 제2번 D장조 op.36’. 고려대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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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을 화폭에 옮긴다면 어떤 그림이 될까. 먼저 ‘교향곡 제2번 D장조 op.36’을 보자. 베토벤이 1802년 귀에 이상이 생기고 연인 줄리에타 귀차르디와 이별하는 등 극도로 힘든 시기에 작곡했다. 유서까지 남길 정도로 비탄에 빠졌지만 절망과 고난을 극복하고 화해와 환희로 나아가는 마음을 알레그로(빠르게)의 피날레를 통해 표현했다.

중진작가 백순실(65)은 베토벤의 그런 심경을 그렸다. 작품 배경으로 핑크빛의 환희에 찬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 위에 피아노 건반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직선의 면을 사선으로 절단해 세웠다. 직선 면의 사선 각도와 배열에서는 베토벤의 방황과 결기를 느끼게 되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핑크빛 풍경에서는 기쁨과 행복의 느낌을 받게 된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와 줄곧 음악이 흐르는 그림 ‘화음(畵音)’ 작업에 매달려온 작가는 이번에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200호 대작으로 형상화했다. 교향곡 5번 ‘운명’을 비롯해 바이올린 협주곡 ‘황제’ 등을 귀가 아닌 눈으로 들려준다. 음표 하나하나를 연구하듯 써내려간 베토벤의 음악세계와 인간적 면모를 평면 회화를 통해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작가의 클래식 그림은 차에 관한 노래를 붓질한 ‘동다송(東茶頌)’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작업실에서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오감으로 느끼는 선율을 그림으로 옮겨냈다. 그렇게 작업한 35점을 9일부터 8월 28일까지 고려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영혼의 울림, 베토벤과의 대화’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교향곡 4번 B장조 op.60’는 우아하고 낭만적인 감성이 깃들었다. 베토벤뿐 아니라 윤이상, 차이코프스키, 말러, 시벨리우스, 쇼팽 등의 음악을 소재로 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바로크와 고전주의, 낭만주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대 작곡가들의 곡을 ‘음악에 바치는 송시(Ode to Music)’라는 제목으로 들려준다.

‘보이는 소리, 들리는 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의 그림들은 따뜻한 색채와 낭만적인 리듬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싼다. 작가는 가능하면 편안하면서도 감성적인 그림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예술적 감흥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이처럼 다양한 음악세계를 어떻게 시각화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냥 즐기고 통째로 몰입할 뿐”이라고 했다.

작곡가들이 들려주는 음악을 작가는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는 “이전 작품에 비해 형상이 많이 생략되고 베토벤의 음악여정을 오롯이 담아낸 신작들은 ‘간결’과 ‘천착’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며 “‘눈’이라는 창을 통해 관람객들을 낭만주의 시대 한 작곡가의 영혼과 만나게 하는 전시”라고 평했다(02-3290-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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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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