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70) 경희대한방병원 한방 암 클리닉] ‘투 트랙’ 동서의학 협진 기사의 사진
경희대한방병원 한방 암 클리닉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침구과 최도영(병원장), 폐장·호흡내과 이범준, 간장·조혈내과 김영철, 한방여성의학센터 장준복 교수. 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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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모(56·여)씨는 7년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 이후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던 중 급격한 체력저하로 경희대한방병원 한방 암 클리닉을 찾았다. 당시 백혈구 수치가 너무 떨어져 항암치료를 계속할 수 없는 처지였다. 병원 측은 우선 면역력 부양에 도움이 되는 한약인 ‘건칠단’(乾漆丹)과 ‘생기소암단’(生氣消癌丹)을 처방하고 한방자연요법실에서 기공치료와 뜸 치료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백혈구 수치가 다시 정상화됐고, 신씨는 항암치료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신씨는 치료 중 메스꺼움 증상이 나타나면 전침(電針) 치료를 항암치료와 병행하며 암을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건칠단과 생기소암단은 경희대한방병원 암클리닉 최도영(61·병원장) 교수팀이 개발한 캡슐 제형의 한방항암제다.

모진 항암치료로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한방 암 치료를 선택하는 암 환자들이 있다. 신씨처럼 암 치료 시 동서의학 협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희의료원 환자뿐만이 아니다. 개중에는 서울대병원과 연세암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이 운영하는 대규모 암 센터 또는 암 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말을 들은 환자들도 적잖다.

이들이 한방 암 치료를 선택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 부작용 없는 개인 맞춤 항암면역치료와 삶의 질 향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경희대한방병원 암클리닉은 서양의학적인 진단과 치료를 배격하고 한의학적 암 치료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차원에서 한방 암 치료를 도모해 많은 암 환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이 클리닉은 현재 암 환자의 면역력 강화를 위한 항암면역치료,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특화치료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한의학적으로 검증된 침구요법과 봉독요법, 신개발 천연약제 중심의 한약요법, 그리고 독창적인 한방기공요법을 적절히 조합해 암 환자들의 조기 갱생을 돕기 위해서다.

의료진은 최도영 교수를 정점으로 김영철(50), 장준복(50), 이범준(43) 교수 등 11명의 암 예방 및 치료 전문 교수요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 교수는 한방병원장 겸 암클리닉 책임교수로 종합사령관 역할을 한다. 김영철 교수는 간·담도암 및 혈액암 치료, 장준복 교수는 여성암(부인암) 치료, 이범준 교수는 폐·기관지암 치료를 전문적으로 맡고 있다.

이들은 통합의학적 암 치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임상 연구결과를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경희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등과 함께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약의 암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의료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항암치료 후 침 치료가 암 환자의 오심(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규명하기도 했다.

항암제를 개발할 때 주요 관건 중 하나는 혈관신생억제 효과가 있느냐 여부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혈관을 만들어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생혈관을 막을 수 있다면 암 치료뿐 아니라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가 하면 오랜 시간 동안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대부분 체력저하와 피로감을 호소하기 일쑤다. 3주 간격으로 진행되는 항암치료가 버거워 중간에 포기하거나 항암제 용량을 줄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치료가 끝난 후 피로감이 지속된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직접적인 항암 작용뿐만 아니라 기존 암의 전이를 막고 수술 후 면역력 및 체력 부양 효과를 얻기 위해 개발된 것이 건칠단과 생기소암단, 홍삼보기고(紅蔘補氣膏), 원기생맥산(元氣生脈散) 등의 한약이다.

최 교수는 11일 “전통적인 한약 처방 중에서 보기양혈(補氣養血), 청열해독(淸熱解毒), 배농소종(排膿消腫)의 효능을 가진 약재들로 구성해 항암효과 및 부정(扶正·정기를 북돋아 줌) 효과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결과 생기소암단과 건칠단 등의 한약을 기존의 항암 치료와 병용할 경우 환자의 전신 상태를 개선하고 면역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 최도영 한방병원장
1987년 금연침 개발… 국내 첫 금연클리닉 개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74년 경복고, 80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했다. 경희대한방병원에서 인턴 및 침구과 전공의 수련을 받고, 87년부터 경희대한의대 침구학교실 및 부속 한방병원 침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3년부터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을 맡고 있다.

최 병원장은 대외적으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를 역임하고 2004∼2007년 대한침구학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대한암한의학회 부회장, 대한금연학회 부회장, 대한한의학회 수석부회장, 대한한방임상영양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 병원장은 경희대한방병원 임상강사로 첫 발령을 받은 1987년에 금연침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금연클리닉을 개설해 운영한 한의학자다. 금연침이란 흡연욕구를 줄이고 흡연 시 구역질 등 거부반응이 일어나도록 자극하는 이침(耳針·귀에 놓는 침) 요법을 말한다.

암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담배가 폐암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췌장암, 후두암, 방광암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고(高)위험인자임을 알게 됐고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한의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서다.

최 병원장은 실제 암 환자를 대함에 있어 ‘무엇이 가장 환자에게 도움 되는 치료법인지’ 고민하는 한의사로 알려져 있다. 선친이 위암으로 작고했고, 모친과 아내도 대장암 수술을 받은 암 생존자라서 누구보다 암 환자 가족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병원장이 요즘 경희대병원 일반외과 이길연 교수팀과 함께 진행하는 통합 암 진료는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와 한의사가 동시에 참여하는 대장암 다학제협진팀을 만들어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실시 후 환자 상태를 면밀히 살펴 개인 맞춤 한약과 침구치료로 조기 재활 및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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