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그 사람 이야기 기사의 사진
우리는 어쩌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월급도 맘에 들고 하는 일도 좋지만 나의 감정을 무시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사람,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는 사람 때문에 직장생활이 괴로울 때가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5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 동료로 인한 스트레스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93.3%에 달했다. 직장 내 스트레스 때문에 퇴사하는 경우도 예전보다 늘고 있으며, 심지어 직장 상사의 업무 스타일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에는 겉으론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만 실제론 죄책감을 심어주고 자존감을 망가뜨리는 사람, 친절의 가면을 쓰고 상대방을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고 마음대로 주무르는 사람이 있다. 심리학에선 그 사람을 ‘심리조종자’라고 말한다.

‘나는 왜 만날 당하고 사는 걸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심리조종자의 특성이 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희생시켜 자신의 개인적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또 ‘그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자기가 한 말을 제멋대로 뒤집는가 하면 늘 불평을 일삼고 자꾸 타인의 잘못을 들춰낸다. ‘그 사람’의 심리는 어떤 것이며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랑스의 심리학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15년 동안 인간관계에서 빚어지는 각종 심리조종을 연구했다. 그 결과 심리조종자의 일반적인 특징이 병적인 완벽주의, 편집증, 나르시시즘이란 것을 발견했다. 심리조종자들은 직장에서 파워게임을 활용한다. 이런 종류의 사람은 꼭 직장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한다. 연인 사이라면 예속 관계를 동원하고, 친구 사이라면 우정을 앞세워 꼼짝 못하게 만든다. 인간의 근본적인 죄성이 마음에 뿌리 깊이 내린 마음이 완악한 사람들을 말한다.

심리조종자들의 간단하면서도 절묘한 수법은 언제나 기막힌 효력을 발휘한다.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 희생양이 되곤 한다. 문제는 피해자들 대부분이 이타적이고 관대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순진하고 친절한 사람일수록 지배관계에 쉽게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이런 인간관계에서 부지불식간에 희롱이나 지배를 당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려 삶의 방향을 상실한다.

이 같은 일방적인 소통관계에서 벗어나려면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되는 행동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있다. 두려움을 무기로 장사하는 그들과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심리조종자들이 부당한 요구를 할 때 다음과 같은 말을 가볍게 입 밖으로 내뱉거나 속으로 되뇌면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그건 네 얘기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당신 자유야.” “내가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 또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거절하면 상대방이 상처받을 것’이라고 생각해 거절을 못한다. 이런 경우 “다른 일을 하고 있어 시간이 부족한데, 무엇부터 먼저 할까요”라고 묻는 것이 효과적이다. 관계를 회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리조종자들을 ‘괴물’로 취급하기보다 나와는 다른 독립된 개체로 분리해 대해야 한다.

심리조종자들의 희생양들은 평소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대체적으로 자기 확신이 부족하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비합리적인 사고를 유발하며 그 결과 현실상황과 동떨어진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자존감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또 우리가 만나는 심리조종자들은 비록 해를 끼치는 존재이지만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알게 해 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그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이지현 종교기획부 선임기자 jeeh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