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통해 분단된 한반도의 미래 상황 그려볼 수 있어”

서울 세계성서학대회 참석 세계적 신·구약 학자 4명 ‘성서와 상황’에 대한 의견

“성경을 통해 분단된 한반도의 미래 상황 그려볼 수 있어” 기사의 사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지난 3∼7일 열렸던 세계성서학대회는 ‘21세기 다중 사회에서의 성서학’을 주제로 다뤘다. 특히 한국적 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주제들이 발표돼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대회는 아시아에선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서 개최돼 아시아와 한국 성서신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국민일보는 이번 대회에 참석했던 세계적 신·구약 학자 4명을 만나 ‘성서와 상황(Bible and Context)’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질문은 연세대 연합신대원 홍국평 임성욱 교수가 도왔다.



-현재 한국과 세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우리는 어떤 성서적 관점을 가질 수 있는가.

△스위니 교수=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의 연구자 중에는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분단 상황을 한반도에 비유한 경우가 있다.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도 당시 열강들 사이에서 전략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성경을 읽으며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닥쳐올 수 있을 것인지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성경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정치 상황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신학은 기독교적일 뿐 아니라 동시에 한국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고비아 교수=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신학자들은 성서비평가로서 먼저 사회와 문화를 분석할 수 있다. 다음으로 성서와 성서해석의 전통을 분석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맥락에서 세계화란 무엇이며 그 미래는 어떠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정치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윤리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성서는 십계명처럼 하나님이 인간에게 부여한 윤리를 담은 텍스트이기도 하다.

-21세기의 상황 속에서 신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뢰머 교수= 성서는 누구든 문맥과 상황 속에서 읽을 수밖에 없다. 현재 유럽은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수학이나 물리가 국가별로 다른 버전이 없는 것처럼 성서 신학의 방법론도 하나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성경을 읽는 것과 적용하는 방법은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상황들을 묶어주기 위해서는 개신교적 전통과 신학훈련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우리의 마음에 드는 신학을 만들어 내고는 이것이 성서에 존재한다며, 역으로 성서로 찾아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 아니다.

-사회의 여러 문제에 성서학과 신학이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학문이 사람들에게서 외면을 당하고 있고, 모두가 생존만을 찾으려 한다.

△스위니 교수= 현 상황에서 생존이 최우선 과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사야 6장을 보면 하나님이 이사야에게 사람들의 눈과 귀를 가려 회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목이 있다. 이사야는 그 상황에서 그저 ‘어느 때까지이니까’를 질문할 뿐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이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려 할 때에 아브라함이 의인을 구하며 ‘도덕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세 역시 이스라엘 민족을 멸하려 하시는 하나님께 목소리를 냈다. 우리 역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신자들은 성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뢰머 교수= 우선 성서에서 몇 구절을 뽑아 자기 합리화를 위해 인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우리는 성경의 텍스트가 쓰인 문맥을 알아야 하며, 그 문맥이 더 이상 우리의 문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구절만 읽어서도 안 된다. 성경은 위키피디아처럼 여기저기 자료를 짜깁기한 책이 아니다. 우리는 성경 자체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성경을 읽어온 아주 긴 인류의 역사의 일부분이고 성서를 읽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각자 성경 읽는 법을 찾아야 한다.

-신약학자로서 성경을 올바로 읽는 방법을 소개해 달라.

△무어 교수= 성서를 비판적 관점에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무비판적으로 성서를 읽을 경우 자신의 편견을 마치 성서의 그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며, 그 결과물을 절대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식민지 시대에 성서의 정복관이 미국의 원주민을 학살하는 기제로 사용된 사례가 그렇다. 우리는 편견에서 벗어나 성서가 말하는 진정한 메시지를 발견하기 위해 자신에게 비평의 메스를 대야 한다.

△세고비아 교수=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성경읽기 모델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성서를 하나의 이야기로 보는 ‘서사비평(narrative criticism)’을 강력히 추천한다. 성서는 여느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스토리 플롯 인물 시점 배경 같은 서사적 요소를 갖고 있다. 마치 설교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성서를 이야기로 이해함으로써 성서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자세히 읽기(closer reading)’가 가능해진다.

정리=신상목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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