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재훈] 글로벌 산학협력의 지름길 기사의 사진
지난주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KOTRA 무역관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글로벌산학협력센터’를 개설했다. 아울러 미 대학 몇 곳을 들러 학생교류, 공동기술개발 등 협력 방안을 두루 논의했다. 한국산업기술대는 중소·중견기업에 기술인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시화·반월 산업단지 내 설립된 공과대학이다. 시화·반월 단지는 자동차, 전자, 기계 등 우리 주력 산업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2만개 정도의 협력업체가 밀집돼 있다. 수출에 전념하는 대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왔고, 부품 및 소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들도 보기보다는 빠른 속도로 국제적인 공급 사슬망에 편입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크건 작건 국제화에 발맞춰 세계시장을 향해 나가고 있는데,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 역시 부단히 국제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번에 방문한 대학과는 상호협력 협정도 체결하고 연구실도 둘러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최신 설비가 가득한 실험실에서 24시간 밤낮없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중앙 및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현실이 무척 부러웠다. 많은 실험장비가 소요되는 공과대학을 등록금과 재단 지원만으로 꾸려가기는 불가능하고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함을 새삼 느꼈다. 대학에 대한 신뢰가 선행돼야겠지만.

글로벌 산학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활동이 국내에서 벗어나 과감히 개방돼야 한다. 미국 대학들이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대해 관심이 지대하고 상호협력에 많은 공감을 표했지만 본격적인 협력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하는 데 있음을 확실히 느꼈다. 우리의 소중한 연구·개발 자원을 외국에까지 나눠줄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연구개발 시스템이 국제적으로 개방돼야 목표설정, 과제수행, 연구성과 활용 등 일련의 과정이 국제적인 공급 사슬망을 목표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산학협력은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은 학위취득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지만 동시에 각종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1명을 확보하려면 장학금은 물론 1년에 최소한 약 10만 달러 이상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대학원생 중심의 연구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과제 수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전자공학 전공 교수의 말씀이 협력의 전제조건을 잘 설명해 주었다. 가는 곳마다 대학원생 연구인력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질문을 빼놓지 않고 받은 이유다.

학생들의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대학 내 교과과정에서 외국어로 강의하는 강좌가 얼마나 다양하게 개설돼 있느냐도 국제화에 대비하는 우리 대학들이 준비해야 할 필수사항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매일같이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맞춰서 교과과정을 끊임없이 개편해 나가는 대학 스스로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주기적으로 대학 내부의 평가과정을 거침은 물론 대학 외부의 자문까지 받아 가면서 항상 앞서가는 새로운 교육 및 연구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과거 기술과 경험에 의존해 아는 것만 가르쳐서는 국제화는커녕 국내에서조차 생존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알파고와의 바둑대결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에 대해 캘리포니아주립대 공과대학장은 “공학에서 공간을 포함하는 3차원, 속도를 포함하는 4차원 등과 같은 맥락으로 요즘은 인간차원(Human Dimension)이 대세”라는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다. 우리 대학들이 더 늦기 전에 글로벌 차원(Global Dimension)을 활짝 펼쳐야 할 때다. 수요자인 기업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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